한국 채색화 대가 “작품 판매해 대학기금으로 내놓겠다”
동아대 오낭자 석좌교수 기부 결정
내달 2일부터 작품 70여 점 전시
천경자 화백 제자이자 화단 거장
대학 “작품 판매액 기부 이례적
최소 10억 원 이상 가치 추산”
동아대 오낭자 석좌교수가 다음달 2일부터 12월 23일까지 동아대 부민캠퍼스 석당미술관에서 열리는 '오낭자 교수 채색화전'의 전시 작품 판매액을 학교 발전 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동아대 제공
한국 채색화의 대가인 부산의 한 대학교수가 전시회를 열고 작품 판매액 전체를 학교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예술작품 기증이 아니라 작품 판매액을 대학에 기부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라 이목이 집중된다.
동아대학교는 오낭자 석좌교수가 전시회 '오낭자 교수 채색화전'의 작품들을 학교 발전 기금 형식으로 내놓아, 작품 판매액을 모두 학교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개교 76주년을 맞이해 마련된 전시는 다음 달 2일부터 12월 23일까지 동아대 부민캠퍼스 석당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전시에서는 오 교수가 197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작업한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현금이나 주식, 물품 등을 발전 기금으로 내놓는 경우는 많지만, 본인의 예술 작품을 판매해 대학에 기부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 교수는 원래 자신의 작품 자체를 학교에 기증할 예정이었다. 이 경우 대학은 기증한 작품을 판매할 수 없고 보관 정도만 가능하다. 이에 오 교수는 학교에 직접 도움을 주기 위해 전시회를 열고 판매액을 기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작품 기증이 아닌 작품 판매액 기부는 동아대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오 교수는 미술계 거장으로, 작품 가치 또한 높아 기부 결정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꽃과 여인의 화가'로 유명한 고(故) 천경자 화백의 제자인 오 교수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출신으로, 20년 동안 동아대 미술학과 교수를 지낸 뒤 이번 학기부터 석좌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1964년부터 1981년까지 국전에서 특선 4회와 입선 11회를 했고, 문화부 국가 표준영정 3점(김육·김수로왕·허왕후)을 제작한 대가다. 현재까지 500여 회 국내외 초대전과 단체전에 참가했다. 올해 여든의 나이에도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동아대 관계자는 “오 교수의 작품 가치 등을 고려하면 학교 발전 기금 규모는 최소 10억 원은 족히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 교수의 큰 결단에 감사드리며 전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섬세하고 우아한 감각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개척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꽃과 새, 나비 등을 소재로 한 은유적이고 독창성 있는 채색 작업이 특징이다. 주로 꽃의 생태적 미학을 통해 자연의 세계를 탐구하는 그의 작품은 아름다우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내며 현실을 초월하는 느낌을 준다는 미술계의 평을 받는다. 이번 전시에서 ‘만추73’(1973)을 비롯해 ‘군음(群音)’(1989), ‘성하(盛夏)’(1995), ‘연그림’(1999), ‘물새 한 마리’(2002), ‘축복 07-Ⅱ’(2007) 등 오 교수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작품 인생 전반을 볼 수 있다.
오 교수는 “동아대는 제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마음의 고향이었고, 학교 발전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기부를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창작활동에 대한 심도 있는 교육과 한국과 세계 화단에 대한 시야 확장에 도움을 주고, 동아대와 현대미술학과의 수준을 높이는 데 힘쓰겠다”고 전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