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민의 기후 인사이트] 북극에서의 일, 북극에만 머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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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최근 북극 얼음 급격히 사라져
한반도 기록적 한파·폭설 초래
머나먼 극지역에 관심 가져야

수년 전 북극 최후의 빙하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북극 최후의 빙하는 북극에서도 가장 추운 지역에 해당하는 그린란드 북부에 위치한 두께 4m 이상의 단단한 얼음을 말한다. 과거 수만 년 동안 한 번도 녹지 않았던 이 견고한 얼음 덩어리가 녹아내리고 있다니! 북극의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가늠이 된다.

북극의 얼음은 계절 변화가 크다. 해마다 9월 중순이 되면 얼음 면적이 가장 작아졌다가 북극에 겨울이 찾아오는 10월부터는 그 면적이 빠르게 증가하여 대략 1월 초순께 북극 전체를 얼음으로 뒤덮어 버린다. 우려스러운 건 여름철 북극 얼음 면적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최근 북극의 여름철 얼음 면적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2040년 무렵이면 북극의 여름철에 얼음 구경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는 어땠을까.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철에 얼음이 많이 녹긴 했으나 2012년에 기록했던 역대 얼음 최저 면적 기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극지를 주로 연구하는 과학자인 필자는 그래서 올해는 무난히 지나가나 보다 했는데, 특이한 일이 10월부터 벌어지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날씨가 추워짐에 따라 빠르게 늘어나야 할 북극의 얼음이 10월 들어 현저히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문제는 멀게만 느껴지는 북극에서의 일이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세계 각국이 신음하고 있지만 가장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곳이 바로 북극이다. 북극은 산업혁명 이후 무려 5도 가까이나 온도가 이미 상승했다. 지금까지 인류의 무분별한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효과로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약 1.2도 올랐는데 북극은 평균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

북극은 우리나라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에 북극의 기후가 무섭게 변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상상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놀랍게도 급격한 북극의 온도 상승과 해빙 감소는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우리 지구촌 곳곳의 기후와 날씨는 제트기류라고 하는 거대한 바람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최근 수년간의 연구 결과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과 접하고 있는 북극해의 바다 얼음이 많이 녹아내린 해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원리는 이렇다. 북극 얼음이 많이 녹으면 그곳에서 엄청난 수증기와 열이 바다로부터 올라와 공기를 위로 불룩하게 팽창시킨다. 이로 인해 북극의 찬 공기를 마치 커튼처럼 감싸고 있는 거대한 바람의 장막인 제트기류에 큰 균열이 생기며 남북 방향으로 출렁거리기 시작한다.

북극 얼음이 녹는 양이 점점 많아져 더욱 많은 열이 바다로부터 나오게 되면 제트기류는 더더욱 출렁거리게 되고 북극에 갇혀 있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비집고 내려오게 된다. 특히, 한반도는 겨울철 영하 40도의 찬 공기가 생성되는 시베리아 지역과 바로 인접해 있어 북극에서 시작된 제트기류의 요동이 시베리아 지역에까지 다다르면 극심한 한파를 겪게 된다. 이 현상을 북극 한파라고 한다.

늘 이맘때쯤이면 쌀쌀한 바람과 함께 날씨가 추워지면서 겨울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10월 중순께 갑작스럽게 한반도를 덮친 찬 공기에 한파주의보가 발령되고 우리에게 때 이른 한파가 찾아왔다. 기습적인 한파가 물러가고 다시 날씨는 예전 날씨를 되찾았지만 다시 추워지고 있으며 기상청은 올겨울 평년보다 다소 추운 겨울이 될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진 곳들의 이상기후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적도 동태평양 지역이 차가워지는 라니냐 현상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고 북극의 얼음도 얼어붙는 속도가 늦추어지고 있어 올겨울 추위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급격한 기후변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모든 곳이 단순히 더워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구상 곳곳의 기후가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으며 지구상 온도와 바람 분포가 기후 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인간이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상호작용하고 있음이 기후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최근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북극에서 일어나는 일은 북극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극지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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