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다양성 채우는 작은 서점, 가성비 좋은 공공도서관 [新 문화지리지 2022 부산 재발견] 7.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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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문화지리지 2022 부산 재발견] 7. 일상 속 문화공간, 서점과 도서관

동네 곳곳에 ‘특별한 무엇’ 내세운 책방
‘완전 도서정가제’ 등 정책 뒷받침 필요
공공도서관 10여 년 새 갑절 넘게 증가
책만 읽는 공간 넘어 문화 놀이터 역할

부산 사상구 부산도서관의 공간 구조 키워드는 ‘개방성’이다. 부산 사상구 부산도서관의 공간 구조 키워드는 ‘개방성’이다.

서점과 도서관을 ‘책 사는 곳’ 혹은 ‘책 읽는 곳’으로만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 온라인 서점의 공세와 코로나19 사태에도 서점들은 ‘특별한 무엇’을 내세워 동네 곳곳에서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도서관의 모습도 달라졌다. 부산 대표 도서관 ‘부산도서관’과 영남권 최초 국가도서관 ‘국회부산도서관’ 등은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시민들의 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공간이 주는 기쁨’ 오프라인 서점은 살아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올 초 발간한 〈2022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대형 체인 서점의 매장 수는 2019년 150곳에서 지난해 143곳으로 줄었다. 전체 서점 수는 어떨까. 많이 줄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2021년 기준 전국 서점 수는 2528개로, 2019년보다 오히려 9% 증가했다. 다양한 형태의 작은 서점이 잇따라 문을 열었고, ‘지역 서점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가 보편화되면서 공공기관이 도서를 구매할 때 지역 서점을 우선 이용하는 등 생존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부산의 서점 수도 2009년 238곳, 2013년 209곳, 2019년 165곳까지 줄었지만 2021년 198곳으로 소폭 늘었다.

연제구 동네 서점인 책과아이들 전시 공간. 연제구 동네 서점인 책과아이들 전시 공간.

부산 서점 목록을 보면 ‘간판’에서부터 개성이 느껴지는 곳이 많다. 동네 서점들은 개성 있는 북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독서 모임,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발길을 모으고 있다. SNS 활성화로 ‘가게 위치’의 중요성이 옅어진 덕에 부산 전역에서 작은 서점들은 문화의 향기를 내뿜고 있다.

중구 40계단 근처 골목의 두 평 남짓한 작은 책방 ‘여행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책보다는 마주 보고 앉는 작은 테이블이다. “작은 서점은 경험을 소비하는 곳”이라고 말하는 고하나 대표가 2019년 문을 연 이곳은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해 준다. 연제구 연산도서관 앞 ‘책방 카프카의밤’은 주인장 취향의 단행본과 독립출판물, 부산 서적을 취급한다. 계선이 대표는 “골목 문화가 풍부해야 주민 삶도 풍성해진다”며 “동네 서점은 골목 문화의 다양성을 채우는 중요한 인프라”라고 강조한다. 연제구의 ‘책과아이들’은 1997년 문을 연 어린이·청소년책 전문 서점이다. 강정아·김영수 공동대표가 운영하는 독서문화 복합공간이다. 김영수 대표는 “동네 책방은 주민 취향에 맞게 더 빠르게 큐레이션한다는 점이 도서관과 차별화된 점이다”고 말한다.

지난 주말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이 북적북적했다. ‘2022 보수동책방골목 문화축제’가 열린 것. 노래극·인형극이 열리고 체험 부스엔 웃음이 넘치고 책이 팔려 나가는 골목에 활기가 넘쳤다. 이 골목의 30여 서점은 오늘도 꿋꿋이 ‘부산 미래유산’을 지키고 있다.

유리창 벽면이 눈에 띄는 부산도서관. 유리창 벽면이 눈에 띄는 부산도서관.
해운대구의 부산광역시립해운대도서관. 해운대구의 부산광역시립해운대도서관.
기장군의 정관도서관. 기장군의 정관도서관.

■딱딱한 분위기 벗어던진 공공도서관의 변화

‘신문화지리지 시즌 1’을 기획했던 2009년 부산의 공공도서관 수는 23곳이었다. 2022년 10월 현재 부산 공공도서관 수는 49곳으로 배 이상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강서구는 1곳(2009년)→3곳(2022년 10월 기준), 금정구 2곳→3곳, 기장군 1곳→8곳, 남구 1곳→2곳, 동구 2곳→3곳, 동래구 1곳→3곳, 부산진구 2곳→4곳, 북구 2곳→4곳, 사상구 1곳→2곳, 사하구 1곳→2곳, 서구 1곳→1곳, 수영구 1곳→3곳, 연제구 1곳→2곳, 영도구 1곳→2곳, 중구 1곳→1곳, 해운대구 4곳→6곳이다. ‘수’로만 따지면 기장군에 도서관이 가장 많이 늘었다.

새로 생긴 공공도서관들은 숨죽여 책을 읽고 자료를 찾던 딱딱한 분위기를 벗고 도심 속 쉼터이자 시민들의 문화 놀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아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20년 부산 대표도서관인 ‘부산도서관’이 개관한 것이다. 부산시 최초 직영 도서관으로 사상구 덕포동 지하철역 2번 출구 인근에 자리 잡았다. 11만여 권의 도서와 전자책, 오디오북 등을 보유하고 있다. 층고가 높고 칸막이 없이 개방된 구조에, ‘독서실형’ 열람실이 없는 대신 자료실 곳곳에 앉을 곳이 충분하다. 전시나 공연,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갖췄다.

영남권 최초 국립도서관인 ‘부산국회도서관’도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 올 3월 문을 열었다. 의회도서관 역할은 물론 공공도서관의 역할도 한다. 서울 본관에는 없던 관외 대출 서비스를 하며, 도서관 곳곳에 아이들이 뛰놀거나 공부할 수 있는 공간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쉼터를 마련했다. 의회 민주주의 체험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지난해 개관한 금정구 금샘도서관도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구성했다. 5만여 권의 장서를 비치해 통상 2만여 권인 다른 공공도서관보다 장서 보유고가 월등히 높다. 인근 주택가의 주차난 해소를 위해 공영주차장을 조성하기도 했다.

■생존 걱정하는 서점, 아직 부족한 공공도서관

개성 있는 작은 서점들이 잇따라 문을 열기도 했지만, 문을 닫은 곳도 많다. 코로나19 타격, 치솟은 임대료, 낮은 마진율, 줄어든 독서인구 등이 원인이다. 김영수 ‘책과아이들’ 대표는 “지역 서점 수익구조 개선과 관련해 완전 도서정가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10% 할인과 5% 적립을 허용하는 불완전한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출판사들은 할인을 염두에 두고 책값을 높이고, 소규모 출판사들은 할인 경쟁에 밀리고, 동네 책방은 결국 문을 닫게 된다. 독자 입장에서는 다양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계선이 책방 카프카의밤 대표도 “책방이 본업이 되기는 힘든 게 현실”이라며 “그나마 공공기관의 지역 서점 구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은 소액에 그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고하나 책방 여행하다 대표는 “문화정책이 받쳐줘야 할 부분도 있지만 각자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보수동 책방골목번영회 이민아 회장은 “보수동 책방골목은 긴 세월 헌책의 가치를 지켜온 곳”이라며 “임대료 보존이나 생활문화시설 등록 가이드 등 행정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 도서관 현실은 어떨까.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의 도서관 1관당 인구수를 보면 서울은 2021년 4만 8766명이지만, 부산은 2021년 6만 8375명이었다. 구·군별 인구수와 도서관의 면적·장서 수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구·군별 불균형도 보인다. 1963년 개관한 부전도서관은 건물 노후로 무기한 휴관에 들어가기도 했다.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장덕현 교수는 해결 과제로 지역적 불균형, 접근성, 체계적 로드맵, 거점도서관 등 4가지를 꼽았다. “부산 도서관이 서울 수준으로 되려면 70개는 있어야 한다”며 “도서관은 흔히 말하는 가성비 좋은 문화시설인데 대부분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가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체계적인 로드맵을 세워 어디에 어떤 도서관을 어떤 규모로 지을 것인지 계획이 나와야 하며, 대표 도서관이 확실한 역할을 하고 권역별로 거점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사진=윤민호 yunmino@naver.com

그래픽=비온후 김철진 대표 beonwhobook@naver.com

일러스트=치옹타옹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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