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할 인파 아니다?” 지하철만 봐도 코로나 전보다 더 몰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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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6호선 이용객 분석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발언과 달라
29일 이태원역 승하차 13만 명
최근 7년 ‘핼러윈 주말’ 중 최다
경찰력 배치는 137명에 불과해
그나마 마약·성폭력 예방 주안점
2017년엔 폴리스라인 치고 관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 추모의 꽃과 메모들이 놓여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 추모의 꽃과 메모들이 놓여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달 29일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이용한 인원 수가 최근 7년 내 핼러윈을 앞둔 주말 중에서도 가장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이태원을 찾은 전체 방문자 수가 예년에 견줘 폭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아니다”고 발언해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31일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열린데이터광장의 ‘서울시 지하철호선별 역별 승하차 인원 정보’에 따르면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이용한 승하차 인원은 13만 131명이다. 이는 엄격한 코로나19 방역수칙이 적용됐던 지난해 10월 30일 토요일 이태원역 승하차 인원 5만 9920명과 비교했을 때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던 참사 전날인 28일 금요일에도 이태원역 승하차 인원이 6만 명에 거의 근접했다.



참사 당일 이태원역 승하차 인원 수는 코로나19 이전에 견줘서도 많은 편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핼러윈을 앞둔 주말 중 이태원역 승하차 인원이 최다였던 해는 2017년(10월 28일)이었는데, 모두 10만 3972명으로 집계됐다. 이태원역 승하차 인원은 2018년(10월 27일) 10만 2178명, 2019년(10월 26일) 9만 6463명을 기록하다 이듬해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큰 변화를 맞게 된다. 2020년은 핼러윈 당일(10월 31일)이 토요일이었지만, 승하차 인원이 무려 3만 122명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6만 명 가까이로 회복된 것이다.

해당 정보는 교통카드(선후불교통카드 또는 1회용 교통카드) 이용을 바탕으로 이태원역의 승하차 인원 수를 집계한 것이다. 도보나 자가용 등 다른 교통수단을 통해 이태원으로 이동한 인원 수는 빠져 있다. 10만여 명이 이태원역을 이용한 2017년 10월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평소 유동 인구보다 2.5배 많은 20만 명이 핼러윈을 앞둔 주말에 이태원에 모였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9일 이태원 일대에 운집한 실제 인원은 10만 명을 넘어서 역대 최대 인파가 몰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3년 동안 코로나19에 억눌린 청춘들이 올해 핼러윈 축제를 해방구로 여기고 이태원을 대거 찾을 것이 충분히 예상됐고, 이태원역 승하차 정보도 이를 입증한다. 그럼에도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 인력은 고작 137명이 전부였다. 이는 서울경찰청에서 파견한 형사와 교통, 관광경찰대 55명을 포함한 숫자다. 코로나19가 처음으로 유행한 해인 2020년 핼러윈 때 방역 수칙 위반 단속을 위해 투입된 합동 점검반 인원 14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참사 당일 경찰력 배치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지난달 27일 용산경찰서는 핼러윈 축제 종합치안대책을 발표하고 200명 이상을 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이에 훨씬 못 미치는 경찰 인력이 현장을 지켰다. 그것도 경찰관 배치의 주목적은 마약, 불법촬영, 성폭력 예방 등이었고, 안전사고 예방 관리는 사실상 안중에 없었다. 반면 경찰은 2017년 핼러윈 때에는 도로 인근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보행자 통로를 확보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10분께 서울교통공사에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지만, 해당 시점이 구조 신고가 접수된 지 한 시간가량 지난 뒤였다. 서울교통공사는 당시 귀가를 위해 이태원역에서 승차하는 승객이 더 많이 몰리는 시점이었기에 경찰의 무정차 통과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무정차 통과의 경우 역장이 역사 내부의 이용객 안전 상황을 살핀 뒤 판단하지만 역사 밖의 상황을 내부에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서울세계불꽃축제 때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무정차 통과는 행사가 진행되기 전에 외부 요청이 있었기에 이뤄진 것이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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