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구속 이어 정진상 압수수색…이재명 향하는 검찰 칼끝
검찰, 9일 오전 정진상 자택·사무실 압수수색 시도
대장동 업자들에게 뒷돈 1억 가까이 받은 혐의
정진상·김용 “검찰의 창작소설·허구 그 자체” 반박
최측근 연결고리로 이재명 대표 파헤칠 전망
공소장에 '이재명' 10여 차례 언급…공범은 아냐
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 기소한 데 이어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두 사람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종국에는 검찰의 칼끝이 이 대표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9일 오전 이 대표의 ‘오른팔’로 불리는 최측근 정진상 실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정 실장의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민주당사에도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시도 중이다.
정 실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에게 1억 원 가까운 뒷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 부패방지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으로부터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한 2014년 지방선거 무렵 5000만 원, 2020년 4000만 원 등을 정 실장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당시 정 실장이 성남시 정책비서관, 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내며 업무상 알게 된 개발 정보를 남 변호사 등 민간사업자에게 흘려 이들이 거액의 개발 이익을 챙길 수 있게 해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대가로 남 변호사 등에게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뇌물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검찰은 정 실장과 전날 구속기소한 김용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이 2010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될 무렵부터 가깝게 지내며 오랜 기간 유착 관계를 맺어왔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에게 지속해서 술 접대를 받고 명절마다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정 실장이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의 유 전 본부장 압수수색 직전 그를 입막음하려고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의혹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유 전 본부장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주일도 안 된 휴대폰 버리라고 XX해가지고, 내가 휴대폰 버렸다가 난리가 나고”라며 정 실장의 지시에 따라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던졌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유동규 씨가 저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이 대표의 또다른 최측근인 김용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 부원장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지난해 4∼8월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와 공모해 남 변호사에게 4회에 걸쳐 대선 자금 명목으로 8억 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향후 재판에서는 김 부원장에게 직접 돈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유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검찰의 기소는 자금 마련과 운반에 관여했던 남 변호사, 정 변호사 등 관련자의 진술이 유 전 본부장의 진술과 일치하는 점을 근거로 한다. 검찰은 돈 전달 시기가 적힌 메모와 이를 뒷받침하는 주차장 차량 출입 기록, 돈 운반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 등 주변 증거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유 전 본부장이 김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것은 입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향후 공판 과정에서 수사를 통해 확보한 주변 증거의 구체적인 의미와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유 전 본부장이 김 부원장에게 돈을 건넨 것을 입증할 직접적인 물증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김 부원장 측은 그러나 검찰의 공소사실은 유 전 본부장의 범죄사실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유 전 본부장의 허위 진술만으로 수사했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 측은 검찰이 궁극적으로 “대장동의 공범으로 몰아가려고 창작 소설을 쓰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부원장 측은 법정에서도 유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며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들과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오래된 유착 관계를 촘촘히 입증하면 정치자금법 공소시효가 완성된 2015년 이전의 금품 거래도 포괄일죄로 묶어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주고받은 금품에 뇌물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다만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입증해야 해 신중히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검찰은 이들의 유착관계에 궁극적으로 이재명 대표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측근 두 명의 금품수수를 고리로 이 대표와 관계를 파헤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대장동 비리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도 이 대표는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됐다.
김 부원장의 공소장에도 이 대표의 이름이 10차례 이상 언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남 변호사, 정 변호사, 유 전 본부장 등에 대해선 ‘공범’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 대표에 대해선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관건은 김 부원장이나 정 실장이 추후에라도 입을 여느냐다. 법조계나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이 대표와의 개인적 관계가 깊어 끝내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또 검찰은 실소유주 논란이 끊이지 않은 화천대유자산관리 관계사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누군지도 수사하고 있다. 최근 남 변호사는 법정에서 민간사업자가 차지한 보통주 중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