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1호, 이재명 시장실 지분" 남욱의 법정 폭로
"지난해 선거 있었고 겁도 많아 사실대로 진술 못했다"
"유동규가 높은 분들(정진상·김용)에 돈 드려야 한다며 받아가"
대장동 일당 차례로 출소…폭로전 이어갈 듯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21일 석방된 남욱 씨가 재판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연루 의혹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남 씨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본인 등 '대장동 일당' 재판에서 증인 신분으로 신문을 받았다.
남 씨는 검찰 측 신문이 시작되자 "조사 당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사실대로 다 말씀드리겠다"며 자진해서 이 대표 측 연루 관계를 진술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김만배 씨에게서 들어서 알았다"고 말했다.
남 씨는 검찰이 '지난해 조사 때 이재명 측 지분을 말하지 않은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당시에는 선거도 있었고, 겁도 많고, 입국하자마자 체포돼 조사받느라 정신이 없어서 솔직하게 말을 못 했다"고 답했다.
남 씨는 지난달 28일에도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지분 중 상당 부분이 이 대표 측 소유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의 보통주 지분(7%) 가운데 약 30%를 차지하는 천화동인 1호는 1208억 원의 배당을 받았다. 그간 대장동 일당은 천화동인1호의 실소유주가 김만배 씨라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진술을 잇달아 번복해 이 대표 측의 숨은 몫이 있다고 '폭로'하고 있다.
김 씨는 아직 천화동인 1호가 본인 소유라고 주장하지만 남 씨와 정영학 회계사는 김 씨가 이 대표 측 (정진상·김용·유동규)에 배당금 중 428억 원을 주기로 밀약했다고 진술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천화동인 1호에 자신뿐 아니라 다른 두 사람 지분도 있다고 진술했다.
남 씨는 2013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3억 5200만 원에 대해서도 "(유 전 본부장이) 본인이 쓸 돈이 아니고 높은 분들한테 드려야 하는 돈이라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높은 분들'에 대해서는 "정진상(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금액 중 본인이 쓰겠다고 한 돈은 2000만 원이고, 나머지는 '형들'한테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돈을 빨리 마련하라고 독촉했다고도 증언했다.
남 씨는 3억 5200만 원 중 9000만 원은 2013년 4월 한 일식집에서 건넸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이) 받자마자 바로 다른 방으로 가서 9000만 원을 누구에게 전달하고 왔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이 돈이 든 쇼핑백을 가지고 나갔고, 돌아올 땐 쇼핑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금 전달 외에도 술값 등 접대 비용을 쓴 사실도 폭로했다. 남 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된 2013년 9월 12일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의 유흥주점 술값과 속칭 2차 비용 등 410만 원을 부담했다고 증언했다. 정 실장 등과의 술자리에 동석한 적은 없고 돈 계산만 했다고 한다. 9월 12일 이후에도 정 실장을 위해 한 차례 더 술값을 부담한 적이 있다는 게 남 씨의 주장이다.
그는 "그분들이 성남에서 가장 실세였기 때문에 비용을 지급하는 게 저희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다른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남 씨는 2012년 4월 기자 출신 배 모 씨에게 2억 원을 받아 김만배 씨에게 건넸다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의 보좌관에게 현금을 전달하자고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장동을 민간개발로 추진하게 해달라고 이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김 의원 측에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다. 당시 거론된 김 의원 측 보좌관은 김만배 씨와 성균관대 동문이다.
다만 남 씨는 "(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확인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 측도 올해 초 이 같은 의혹에 "허위 사실이며 악의적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지난 공판까지 정영학 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마쳤다. 이날부터는 남 씨를 증인석에 세워 신문한다. 검찰과 피고인들이 순서대로 남 씨를 신문할 예정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