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명절선물' 이영복 항소심도 벌금형 유지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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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직무관련성 인정
"직접 청탁은 확인 안 돼"

30일 오후 2시 부산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참석한 이영복 회장. 30일 오후 2시 부산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참석한 이영복 회장.

수백만 원 상당의 명절 선물을 주고받아 온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엘시티 실소유주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과 부산시 고위 공무원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유지했다. 6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지난 9일 출소한 이 회장은 당분간 자유를 누리게 됐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최환)는 30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1심과 같은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부산시 고위 공무원 A 씨가 제기한 항소는 기각했다. A 씨는 1심에서 자격정지 1년과 벌금 700만 원을 선고 받고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 회장과 부산시 공무원 9명은 2010년부터 2016년 2월까지 150만~360만 원 상당의 명절 선물을 여러차례 주고 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엘시티 관계자와 개인적 친분이 있었더라도 공무원이 명절에 30만 원 상당의 물품을 받은 건 의례적 수준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중 항소를 제기한 이 회장과 A 씨는 항소심에서 명절 선물을 주고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고의성이나 대가성, 직무관련성 등을 부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영복 피고인은 부산시 출신 고위 공무원 B 씨를 영입해 관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사업을 긍정적으로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는 업무를 맡기고, B 씨의 이름으로 공무원들에게 명절 고기 세트 등을 보냈다”며 “미필적으로나마 고의성 등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이며 직무관련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A 씨에 대해서도 “2012~2015년 7차례에 걸쳐 매번 30만 원 상당의 고기 세트를 엘시티와 B 씨의 이름으로 받았다”며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등에 대해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영복 피고인은 엘시티 사업을 진행하며 관련 공무원 17명에게 89차례에 걸쳐 2670만 원 상당의 명절 고기 세트를 공여했다”며 “공정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는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으나 특별히 청탁을 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 회장은 엘시티 시행사를 운영하면서 회삿돈 705억 원을 빼돌리거나 가로챈 혐의(특가법상 횡령·사기) 등으로 2016년 11월 구속기소된 뒤 이달 9일 6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부산구치소에서 출소했다. 검찰이 이번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으나, 벌금형으로 선고가 나면서 재수감은 면하게 됐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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