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전 약속의 땅… ‘도하의 기적’ 다시 한번
도하서 1994 월드컵 최종예선
종료 직전 이라크에 동점 허용
일본 제치고 한국 극적 본선행
도하가 또 한번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을까.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9년 만에 ‘도하의 기적’ 재현에 나선다.
한국 월드컵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도하의 기적’이 일어난 곳이 이번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다. 29년 전인 1993년, 이듬해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이곳 도하에서 개최됐다.
당시 미국 월드컵 본선엔 24개국 진출했는데, 아시아엔 2장의 진출권이 부여됐다. 최종예선에선 한국을 비롯해 북한,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 6개국이 2장의 티켓을 놓고 경쟁했다.
김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첫 경기에서 이란을 3-0으로 격파했으나, 이라크와 사우디와의 경기에선 각각 2-2, 1-1 무승부에 그쳤다. 이어 벌어진 한·일전에선 미우라 가즈요시에 결승 골을 얻어맞아 0-1로 졌다.
북한과 최종전을 앞둔 한국은 1승 2무 1패(승점 4)로 3위로 처져 있었다. 일본(2승 1무 1패)과 사우디(1승 3무)가 승점 5로 앞선 상황이었다. 일본과 사우디의 승점이 같은 건 당시엔 승리 팀에 승점 2점을 줬기 때문이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오르기 위해선 북한을 다득점으로 이기고, 일본과 사우디의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한국은 북한전에서 후반에만 3골을 몰아쳐 3-0으로 이겼다. 동시에 벌어진 최종전에서 사우디는 이란을 4-3으로 꺾었고, 일본은 이라크에 2-1로 앞선 채로 후반이 거의 끝나갈 즈음이었다. 그런데 후반 추가시간 3분의 마지막 이라크 코너킥 기회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라크의 자파르 움란이 헤더 골로 극적인 동점을 만든 것이다.
당시 16강 진출이 좌절된 것으로 알고 실망한 채 벤치로 향하던 한국 선수들은 환호했고, 일본 선수들은 비탄에 빠졌다. 한국은 일본과 승점 6점으로 동점이 됐으나, 골 득실에서 앞선 한국(+5)이 일본(+3)을 제치고 조 2위로 본선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는 한국에는 ‘도하의 기적’이 됐고, 일본엔 ‘도하의 비극’으로 기억되는 사건이다.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둔 한국은 1무 1패(승점 1)로 H조 3위에 처져 있다. 포르투갈과의 최종전을 반드시 이기고, 우루과이-가나 경기 결과를 봐야 한다. 다시 한번 ‘도하의 기적’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