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축구의 미학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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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인데, 바로 축구에 열광하는 사람들 얘기다. 그중에 알베르 카뮈도 있었다. 어릴 적부터 축구를 좋아했다. 저녁 귀가 때 할머니한테 신발 바닥을 보여 주는 게 일과였다. 신발 뒤축이 하도 빨리 닳자 할머니는 축구를 금지시켰다. 그렇다고 카뮈의 축구 열정을 꺾을 순 없었다. 대학교에서 골키퍼로 활약하면서 신문 기사에 나올 정도였으니 축구 실력은 상당했던 것 같다. 폐결핵으로 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던 카뮈는 나중에 작가가 돼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친구가 물었다. 다시 기회가 오면 축구와 문학 중 어느 것을 택하겠나? 그는 대답한다. 당연히 축구지. 그걸 말이라고 하나.

시인 윤동주도 학창 시절 학교를 대표하는 축구 선수였다. 패스를 잘 넣어 주는 중앙 미드필더였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이렇게 시를 썼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 동주에게 축구는 시와 조국처럼 ‘주어진 길’이었던 게 아닐까.

축구에 관한 수많은 이론이 있지만 모든 걸 다 설명하진 못한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지극히 단순하고 원초적이다. 손을 제외한 신체 부위를 활용해 상대 골문에 골을 넣으면 끝이다. 손을 쓸 수 없으니 우연성이 많고 아슬아슬한 박진감이 있다. 다른 스포츠보다 득점이 적은 희소성, 엄청난 기다림과 노력이라는 시련, 이것이 축구의 특별함이다.

제프 헤르베르거는 1954년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았던 전설이다. “공은 둥글다”는 말로 유명하지만 다른 어록도 많다. “한 경기의 끝은 다음 경기의 시작 전이다.” “가장 어려운 경기는 항상 바로 다음 경기다.” 현재를 대비해야 다가올 승리에 가장 유리하다는 것. 사회의 시스템이나 인간의 인생에 두루 적용될 철학적 지혜다. 오랫동안 독일의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였던 올리버 칸의 말도 경청할 만하다. “스스로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지 마라.”

축구는 90%의 실패와 10%의 성공으로 이뤄진 스포츠라고 한다. 실패를 밥 먹듯 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도전하는 것. 이게 축구의 미학이다. 아름다움이 그때 폭발한다. 축구는 지루할 수 있으나 아름다움은 지루하지 않다. 한국 축구가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한국팀이 받는 찬사는 승리보다는 패배를 딛고 일어선 정신에 향해 있다. 그것은 승패보다 중요하다. 축구는 세상 보는 눈을 얻는 것이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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