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벤투 "한국, 내 기억에 항상 남을 것"…축구협회 위한 조언까지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룬 한국 축구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인터뷰 도중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올려놓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대표팀 선수들과 귀국한 뒤 "결국 믿음이 있었기에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며 사상 2번째 원정 16강의 목표를 달성한 소회를 밝혔다.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돌아온 벤투 감독은 귀국 행사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비판 속에서도 목표를 이루고 돌아와 환대받는 느낌이 어떤지'를 묻는 말에 "인생뿐 아니라 축구에서도 우리가 하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원칙을 정해서 실천해 나갈지 등을 고민하는 것은 축구뿐 아니라 인생도 마찬가지"라면서 "난 우리가 하는 것, 우리의 준비, 그리고 우리의 선수들을 믿으면서 나아갔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선수들에게 '이게 최고의 축구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나의 축구에 믿음을 가지고 따라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벤투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달라는 말에 "포르투갈과 경기 뒤 우루과이와 가나전의 결과를 기다릴 때, 그리고 그 결과가 나왔을 때가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면서 "우리의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데 있어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은 포르투갈과의 3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으나 아직 추가 시간이 진행 중이던 우루과이-가나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이 무산될 수 있었다. 한국 선수들과 코치진은 경기장 센터서클 부근에 둥글게 모여 우루과이-가나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가나에 2-0으로 앞서던 우루과이가 끝내 추가 득점에 실패하면서 한국은 다득점으로 우루과이에 앞서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룬 한국 축구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대한축구협회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한 벤투 감독은 "사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상당히 있고, 선수들도 항상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결정은 하고자 하는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여러 요소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차기 감독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을 묻는 말에는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선수들이 최적의 상태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것들을 축구협회가 분석해서 잘된 부분은 계속 이어나가고, 잘 안 된 부분은 수정해야 한다"면서 "그라운드 안에서 일어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의 준비나 지원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벤투 감독은 과거 현역 시절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선수로 출전해 한국전 0-1 패배와 함께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당시 경기를 끝으로 포르투갈 국가대표에서도 은퇴한 그는 20년 뒤 지도자로서 다시 한국을 이끌며 주요 '우승 후보'이자 과거 자신이 직접 지휘봉을 잡기도 한 모국 포르투갈 대표팀을 꺾는 이변까지 일으켰다. 한국 축구의 16강 진출 대업을 이루며 환대와 박수 속에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한 그는 "대한축구협회, 한국 대표팀의 미래에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전했다. 또 "한국이라는 나라는 내 경력에 늘 연관이 돼 있었다. 이제 나의 사적인 인생, 기억에서도 한국은 항상 남아있을 것 같다"고 4년 4개월의 여정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