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도시 부산, 어떻게 만들까?…전문가·시민 머리 맞대 고민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시·국토부 공동 '15분 도시' 토론회 개최
정부, 지자체, 활동가, 시민 참여해 함께 고민

16일 오후 부산 영도구 무명일기에서 열린 ‘라이프스타일 전환, 도시계획의 미래와 15분 도시’ 주제 토론회. 강선배 기자 ksun@ 16일 오후 부산 영도구 무명일기에서 열린 ‘라이프스타일 전환, 도시계획의 미래와 15분 도시’ 주제 토론회. 강선배 기자 ksun@

박형준 부산시장의 1호 공약인 '15분 도시'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공감대를 나누기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부산시는 16일 부산 영도구 한 카페에서 '라이프스타일 전환, 도시계획의 미래와 15분 도시'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개최한 토론회로, 국토부 관계자와 연구기관 학계, 로컬 활동가와 지자체 관계자, 15분도시 공감정책단 등 100여 명의 시민이 함께 참여했다.

15분 도시는 도보와 자전거 등으로 생활, 일, 상업, 의료, 교육, 여가 등 6가지 필수 기능을 15분 안에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도시 모델을 말한다. 부산시는 지역 내 62개 생활권 중 5개 생활권을 대상으로 확산 모델을 조성하고, 성공 사례를 만든 뒤 이를 시 전역으로 확산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 발제자로 나선 부산대 도시공학과 김지현 교수는 '변화하는 도시공간에서의 15분 도시의 의미'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15분 도시를 '인간 중심의 도시'라고 표현했다. 자동차가 아닌 보행과 자전거가 중심이 되는 만큼,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15분 도시가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이점이 있다는 점도 짚었다. 교통·에너지 등 기반 시설의 효율을 높일 수 있어 경제적일 뿐 아니라, 도시 내 이동 거리가 짧기 때문에 교통 비용도 낮출 수 있어 사회적인 이점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자동차 이용이 줄어드는 만큼 에너지 사용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여 환경친화적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성은영 건축공간연구원 주거문화연구단 단장은 'n분 도시'를 적용한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국 포틀랜드, 호주 멜버른의 사례를 소개했다. 파리는 2020년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의 재선 공약에서부터 시작해 '15분 도시'를 추진해가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슈퍼블록'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생활권 사업을 추진 중이다. 포틀랜드와 멜버른은 20분 동네 사업을 추진해왔다.

성 단장은 해외 타 도시의 사례를 소개하며, 'n분 도시'는 그 도시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도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토론에 참여한 김영하 교수는 15분 도시를 위해 단절된 도시를 녹지공간으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5분 도시에서 제공하는 녹지공간은 획일적인 녹지 공간이 아닌 새로운 커뮤니티와 레크리에이션, 문화 예술 등 새로운 장소를 제공하고 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국토부 윤의식 도시정책과장은 "현재의 도시 공간은 용도별로 구분이 뚜렷한 만큼, 15분 도시에 맞지 않게 설계돼 있다"면서 "15분 도시가 되려면 다양한 기능이 섞일 수 있도록 도시 계획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차원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RTBP 얼라이언스 김철우 대표도 토론에 참석해 민간과 시민의 참여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에는 제주도 도시계획재생과에서도 참석해 제주도의 15분 도시 추진 사례를 전했다.

이날 참여한 시민들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15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밝힌 한 시민은 "내년부터 부모 급여가 지급되면 지금보다 가정에서 보육하는 경우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15분 도시 안에 함께 육아하는 부모들이 모일 수 있는 공동 육아 플랫폼이 갖춰진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해운대구 주민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아직은 15분 도시라는 개념이 와닿지 않는다"면서 "지역민이 공감할 15분 도시의 콘텐츠를 개발해주기리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소영 부산시 15분도시기획단장은 "15분 도시는 집 가까이에 좋은 이웃과 좋은 문화를 누리면서 깨끗한 환경을 가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현재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를 충실히 듣고 충분히 논의하면서 집 가까이 행복이 가득한 15분 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