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소감]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쓰는 사람이고 싶다
이따금 내 소설의 모티프가 되었을 이들을 마주치거나, 내가 쓴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과 마주할 때면 수치스러움을 느낀다. 함부로 썼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들의 삶을 멋대로 재단하고 납작하게 만든 게 아닐까. 그런 죄책감도 뒤따른다. 이 글은 처음으로 내 나이대가 아닌 중년여성을 화자로 내세운 소설이다. 그래서 더 부끄럽다. 정숙에게 느끼는 죄의식을 점차 덜어가는 것. 그게 앞으로 내게 주어진 과제라 생각한다.
어린 시절 나를 이끌어주신 권정현 선생님께 감사하다. 그리고 비판과 격려를 아낌없이 쏟아주는 지인 언니, 나영 언니, 한빛 언니, 시윤, 슬기. 스터디 친구들이 없었다면 나는 소설 쓰기를 진즉 그만두었을 것이다.
나를 기억하시지 못할 것 같아 주저되지만, 그래도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 용기 내어 적어본다. 소설로 도망친 제자를 응원해주신 조광화 선생님, 내 글의 문제점을 명쾌하게 짚어주신 장성희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내가 소설을 썼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던 편혜영 선생님의 한마디, 좋은 작가가 되라던 김금희 선생님의 격려는 나를 포기하지 않도록 만들어주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글을 정성껏 읽고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하다.
글쓰기를 나 혼자만의 길고 외로운 작업이라 여길 때도 있었는데,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으며 실은 모두에게 빚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늘 묵묵히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가족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진부하지만 그렇기에 가장 진솔한 말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열심히 쓸 것이다.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쓰는 사람이고 싶다.
약력: 1994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