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춘문예-단편소설 심사평] 습작 과정의 치열함 느껴지는 문장이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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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설 부문 응모작들은 노인과 청년 문제, 애완동물이나 판타지를 다룬 작품이 대체로 강세였다. 심사위원들은 본심에 올라온 작품 중 ‘갈변의 시간’ ‘호랑이’ ‘호주머니’ ‘숨, 찰 무렵’ ‘주제넘기’, 5편에 주목했다.

‘갈변의 시간’은 작품의 밀도는 높았지만, 단순한 진행이 때로는 더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호랑이’는 문장은 안정적이나 개인이 거대 자본시장과 부딪히는 접점을 살려내는 데에는 힘이 부족했다. ‘호주머니’는 벼랑 끝에 내몰린 주인공을 핍진하게 그려냈지만, 그 이상의 것으로 나가지 못하고 마무리도 자연스럽지 못했다.

논의를 거쳐 마지막까지 경합한 작품은 ‘숨, 찰 무렵’과 ‘주제넘기’ 두 편이었다. ‘숨, 찰 무렵’은 발랄함이 도드라졌다. 하지만 어머니 캐릭터가 유의미하게 살아나지 못하고, 포커스가 자신의 내면으로 지나치게 이동해버렸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주제넘기’는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습작 과정의 치열함이 느껴지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음식으로 뒤덮인 건물 계단을 마주하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대단했지만, 소설창작의 기존 문법을 그대로 답습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작가는 어떤 경우라도 ‘기존의 것’에 대한 반항심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넘어설 만큼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었다. 오랜 논의 끝에 ‘주제넘기’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한창훈·박향·나여경·이정임·이병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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