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춘문예-평론 심사평] 광기의 주체성 추적하는 치열한 비평정신 돋보여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황국명 황국명

예년보다 응모작의 편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다루고 있는 대상과 주제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와 타자, 경계와 일탈, 공생과 차별의 문제가 응모작들의 지배적인 동기라 할 만하다. 이들 문제에 대응하는 이론과 작품에 대한 정교한 독해가 개성적인 평문과 잘 융합되는가에 심사의 초점을 둠 직하다.

응모작 가운데 최연교의 ‘주프락시코프: 발굴-교차-변용의 존재론적 하이픈 ‘이후’를 위한 논설’은 인간과 동물이 횡단 통합체라는 관점에서 세 편의 단편소설을 다룬다. 동원된 이론과 개념에서 응모자의 상당한 내공을 짐작할 수 있고 문장도 유려하다. 그러나 이런 장점들이 작품의 실질을 압도한 점, 특히 인용문에 대해 밀도 있는 논의를 개진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김신의 ‘홍상수와 키아로스타미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경험을 영화적으로 재현하는 방식’은 뷰어/유저라는 참신한 개념으로 영화 보기의 인터페이스 변화를 주목한다. 새로운 매체 현실이 감독과 관객에게 어떤 변화를 유발하는가를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으나, 두 영화감독의 여러 작품을 다룬 까닭에 심화된 분석과 논리정연한 기술에 충실하기 어렵다.

조현준의 ‘농담하는 미친 광대의 춤과 노래-‘조커’에 나타나는 광기의 에피스테메’는 영화 ‘조커’에서 타자를 배척하는 일상의 실천을 광기의 주체가 어떻게 침공하는지를 탐구한다. 광기의 주체성을 추적하는 치열한 비평정신이 돋보이고, 날카로운 분석과 참신한 해석을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담아낸다. 영화비평의 미덕을 두루 갖춘 셈이다. 이에 조현준의 작품을 평론 부문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당선을 축하하며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황국명 평론가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