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시위에 지하철 13대 무정차 통과…서울교통공사 강경 대응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5분이 표시된 시계를 들고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과 이 단체 박경석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강제조정하며 전장연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5분을 초과해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탑승 시위를 재개하려는 가운데, 이를 저지하려는 서울교통공사 측과의 대치가 12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지하철 무정차 통과가 잇따랐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오후 3시께부터 오후 10시 현재까지 삼각지역을 지나는 당고개행 열차 총 13대를 무정차 통과시켰다. 오후 3시 2분 1대를 시작으로 퇴근 시간대인 오후 8시 51분부터 9시 8분까지 5대, 오후 9시 13분부터 오후 10시까지 7대가 삼각지역을 그대로 지나쳤다. 서울교통공사는 오후 9시 43분께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무정차 통과 종료를 공지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이날 오전 9시 13분께 삼각지역 상행선 승강장에서 첫 탑승 시도를 저지당한 이후 오후 10시까지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탑승을 계속 시도하며 경찰·공사 측과 대치했다. 경찰은 기동대 10개 부대·2개 제대를 투입했고 공사는 퇴거 방송을 지속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 측은 이날 오전 박 대표가 기자회견을 할 당시부터 1분 간격으로 발언을 끊어가며 시위 중단과 퇴거를 요구하는 안내방송을 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박 대표를 비롯한 전장연 회원들이 탑승을 시도하자 스크린도어 앞에 있던 공사 직원이 직접 탑승을 저지했다. 공사 측이 본격적인 승차 저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전장연 회원들은 다른 승강장으로 이동하면서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장애인도 지하철에 타고 싶다"면서 휠체어에 탄 채 탑승을 시도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이들을 방패 등으로 막아섰다. 물리적 충돌이 심해지면서 전장연 활동가를 막아서던 경찰관 1명이 다리를 다치기도 했다.
이날 서울교통공사의 강경 대응은 서울시의 무관용 방침에서 나왔다. 오세훈 시장은 전장연이 지난달 25일 시위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다음날 페이스북을 통해 "용납할 수 없다"며 "공사에서 요청하면 경찰이 지체 없이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장연은 전날 보도자료에서 "5분 이내로 탑승하겠다"며 법원 조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같은 날 방송 인터뷰에서 "지하철을 5분씩이나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이날 서울교통공사는 2021년 1월부터 현재까지 약 2년간 전장연이 총 82차례 진행한 지하철 내 시위에 대해서도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