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담배꽁초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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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판수·부산 금정구 중앙대로

식사 후 식당가 주변에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얼마 후 이들은 다 피운 담배꽁초를 버릴 재떨이가 주위에 없자 익숙한 듯 길바닥에 발로 밟아 꽁초를 비벼 끄고는 가까이 있는 맨홀 속으로 밀어 넣거나, 불씨가 남은 꽁초를 하수구로 던져 넣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각자의 갈 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부산대역 등 지하철역 인근에는 분리수거를 위한 종류별 분리배출 수거함이 자리하고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담배꽁초, 담뱃갑 등 각종 쓰레기를 화단, 보도, 휴게 공간에 아무렇게나 버려둔다. 아파트와 주택가 주변, 시 중심가 도로와 이면 도로에도 담배꽁초가 널려 있다.

담배꽁초는 호소한다. “애연가들은 즐거울 때나 슬플 때마다 나를 찾는다. 피울 땐, 나는 입속이나 입술에서 애지중지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그러나 애용의 시간이 다하는 순간, 내 몸은 땅에서 발로 짓이겨지고, 나의 고향 재떨이가 아닌 길바닥이나 하수구의 맨홀, 청정 지역인 산의 바위 틈새나 휴게 벤치 등 주변에 함부로 내던져진다. 나는 어찌하여 졸지에 이런 흉측하고 초라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나?”

내 안식처인 재떨이로 데려다 달라고 손짓하고, 보내주길 염원하는 꽁초의 하소연이 들리는 듯하다.

코로나19의 기세가 한풀 꺾인 세상이나, 여전히 국민은 마스크로 무장하고, 매일매일을 힘겹게 호흡하며 살아가는 엄혹한 삶의 현장이다.

계묘년 새해에는 흡연에 대한 기본 수칙 이행, 금연운동으로 건강한 몸, 깨끗한 환경 조성을 실천하는 선진 시민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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