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출고기간 단축됐는데, 계약 때보다 급등한 가격…알고보니 ‘자동차 매매 표준약관’ 탓
“표준약관 계약자에 상당히 불리”…인도지연·연식변경 따른 가격인상은 ‘독소조항’
소비자단체 “제조사·소비자간 갑을 구조 탈피토록 ‘제조사 우선 표준약관’ 개정해야”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6일 성명을 내고 더 이상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제조사 우선의 ‘자동차(신차)매매 표준약관’을 시급히 개정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1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임시번호판을 단 신차가 줄줄이 빠져나오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제공
신차 구매 고객인 A씨는 최근 ‘신차 출고기간 단축으로 차를 빨리 받아볼 수 있다’는 소식에 몹시 설레고 기뻤지만, 계약 때보다 급등한 차량 가격에 이내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차 출고 기간이 빨라지고 있다. 2020년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되고, 고금리로 신차 구입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계약일’이 아닌 ‘출고일’ 기준으로 차량 가격을 책정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제조사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책임과 손실을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6일 성명을 내고 신차 구매 고객에게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제조사 우선의 ‘자동차(신차)매매 표준약관’을 시급히 개정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이처럼 신차 구매 고객에게 제조사들의 갑질이 가능한 것은 14년 전 제정돼 현실과 맞지 않는 ‘독소조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는 공정위의 ‘자동차(신차)매매 표준약관’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인도지연 및 연식변경에 따른 가격 인상’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2008년 제정된 ‘자동차(신차)매매 표준약관’ 제2조(계약당사자, 차량 가격의 변동) 제3항의 불공정 약관이다.
해당 약관에 따르면, 차량을 인수하기 전 자동차의 설계·사양 변경으로 계약서 기재 내용대로 차량 인도가 불가능한 경우, 제조사는 소비자에게 변경된 사양의 차량 내역 및 계약해제 여부에 대한 효과를 통지하게 된다. 이때 소비자가 변경된 사양의 차량 구입을 원하게 되면 변경된 조건으로 자동차를 인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조항에 근거해 제조사는 차량인도 기간이 지연되거나 연식이 변경될 경우, 소비자 동의 없이 차량 선택사항을 변경해 거래 조건에 대한 이행 여부를 통지한다.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제조사의 변경된 요건을 따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제조사는 독소조항을 이용해 인도 지연에 따른 책임을 면하고, 선택사항의 임의적 변경으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현행 공정위 자동차(신차) 매매약관 제2조 3항은 제조사들이 변경사항 및 옵션을 추가해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불공정한 표준약관이므로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한 해 약 180만대 이상의 신차가 출고되는 상황”이라며 “연식변경 등을 핑계로 가격 인상이 계속된다면, 단순 소비자 불만을 넘어 차량 인수 거부 등 거센 소비자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