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출석 현장…지지자, 보수단체 뒤엉켜 혼란
지지단체, 보수단체 오전 일찍부터 집회 이어가
경찰, 현장에 900여 명 배치해 물리적 충돌 대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FC’ 사건으로 검찰에 출석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는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이 대표 지지단체와 보수단체가 집결해 ‘세력 대결’을 펼치고 정치인들과 취재진까지 대거 몰리면서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900여 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경찰은 이날 성남지청 인근에 집회를 신고한 인원이 230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실제 오전 7시께 보수단체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이 대표를 지지하는 지지자도 모여들었다. 민주시민촛불연대 등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검찰을 향해 “표적 수사를 멈추라”고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구속수사’ 등의 현수막을 들고 이 대표 지지단체와 마주보는 곳에서 구호를 외쳤다.
양측이 전광판이 있는 트럭 등 ‘물량전’까지 펼치면서 성남지청 앞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볼 수 있었던 ‘선거 연설회’와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또 양측이 마이크를 동원해 구호를 외치면서 욕설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12개 중대, 경력 900여 명을 배치해 물리적 충돌을 막는 데 집중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측은 성남지청 앞 12차선 대로를 사이에 두고 구호 경쟁과 욕설 주고받기를 이어가다 흥분한 일부가 도로를 건너가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무단횡단으로 도로를 건너려는 사람들을 막아서며 질서 유지에 바쁜 모습이었다. 특히 포토라인이 설치된 성남지청 앞은 경찰이 신원 확인을 통해 관계자와 취재진만 들어갈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를 조금 넘겨 성남지청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린 이 대표는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며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지지자들과 취재진이 몰려들면서 포토라인까지 가는 데 15분 정도의 시간이 소모됐다.
이 대표는 포토라인 앞에서 준비된 입장문을 읽기 전 주변의 소음이 어느 정도 줄어들 때까지 기다렸다. 특히 보수단체 소속 인사들이 이 대표를 향해 막말을 하자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입장문을 읽으면서도 미소를 짓는 등 당당한 태도를 보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검찰 청사로 걸어갈 때에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이 대표가 입장문을 읽은 뒤 취재진으로부터 “질문 좀 드려도 되겠느냐”고 요청받자 “간단하게 하시죠”라고 답했다. 취재진이 검찰 수사 의도에 대해 묻자 이 대표는 “질문한 내용은 아까 말씀드린 내용 속에 다 들어있다”며 “검찰은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있다. ‘답정기소’다. 기소를 목표로 두고 수사를 맞춰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충실하게 방어하고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 성남지청 앞에는 민주당 현역 의원도 대거 모습을 보였다. 박홍근 원내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김성환 정책위의장, 일부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50여 명의 의원이 함께했다. 신임 민주연구원장인 정태호 의원 등 소위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돼 온 의원도 눈에 띄었다. 임오경 대변인은 현장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