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컨테이너를 저온 창고로… 빈틈에서 기회 찾아"
[부산 우수 공유기업] (주)스페이스포트
대기업 물류사업부 경험 바탕
컨테이너 모니터링 필요성 느껴
콜드 스토리지 구축, 창업 첫발
팬데믹에 식자재 유통시장 폭발
브랜드 '빙고' 만들어 서비스
향후 냉동창고 유휴공간 공유도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은 ‘부산시 공유경제 촉진 조례’에 따라 매년 공유기업을 지정하고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플랫폼 등을 활용해 자산과 서비스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협업 소비를 기반으로 한 경제를 뜻한다. 공유경제를 통해 복지, 문화, 환경, 교통을 비롯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 기업을 공유기업이라 한다. 〈부산일보〉는 부산경제진흥원과 함께 최근 부산시 우수 공유기업으로 선정된 기업 2곳을 소개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인의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꿔놨다. 팬데믹 3년 동안 비대면 식자재 배송, 배달 문화가 확산했다.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환경은 갖춰지지 않아 곤란을 겪는 기업이 늘어났다. (주)스페이스포트는 중고 컨테이너를 콜드 스토리지(냉장·냉동 창고)로 개조한 서비스를 선보여 팬데믹 기간 성장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창업
스페이스포트 김찬우(44) 대표는 대기업에서 12년 동안 일한 경험이 있다. 물류사업부 출신으로 온도에 민감한 전자부품을 중국과 베트남에 수출하는 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 김 대표는 “2018년 한국에서 만든 부품을 컨테이너에 실어 배로 운송해야 했는데 이동 중 냉동 컨테이너가 고장 나 300만 달러 치 부품을 날리고 보험으로 처리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컨테이너 내부 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없어서 벌어진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컨테이너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김 대표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결국 회사를 나와서 2020년 2월 창업했다”며 “처음에는 선사를 대상으로 꾸준히 문을 두드렸지만 선사들은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포트를 창업한 당시,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와 막 팬데믹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김 대표는 선사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대신 온라인상에 스페이스포트가 만든 컨테이너를 모니터링하는 솔루션을 올려뒀다. 첫 고객은 홈플러스 밀양점으로 식자재와 신선식품을 컨테이너에 보관하고 싶다는 의뢰였다.
그는 “사람들이 집 밖에 나오지 못하는 만큼 식자재를 온라인으로 주문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며 “갑자기 신선식품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이를 보관하기 위한 저온 창고가 더 많이 필요해졌고, 우리 서비스를 찾는 고객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저온 창고를 구매하거나 임대하는 데 큰 비용이 드는데, 스페이스포트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필요한 만큼의 저온 창고를 임대할 수 있어서 합리적이었다.
■‘빙고’ 브랜드로 차별화
이미 시장에는 중고 컨테이너를 콜드 스토리지로 개조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자가 있는 상황이었다. 기존 고객은 주로 농어촌의 농민이나 어민이었다. 과일을 보관하거나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먹이를 보관하기 위한 용도로 농어민이 사용하고 있었고, 컨테이너를 제공하는 업자는 대부분 개인 사업자였다.
김 대표는 “우리는 농어촌보다 유통에 집중했다”며 “처음 창업 계기처럼 콜드 스토리지의 온도와 습도를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에게 전달하고,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능도 넣어 대응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포트는 국내 유일의 모바일 콜드 체인 서비스 ‘빙고(VINGO)’ 브랜드를 출시하고 차별화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센서가 데이터를 수집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김 대표는 “쉽게 설명하면 중고차 시장과 같다고 보면 된다”면서 “기존 중고차 시장이 존재하지만 투명하게 중고차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 것처럼 ‘빙고’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전했다.
스페이스포트는 이를 바탕으로 호남권역 예방접종센터와 조선대학교병원 등에 코로나19 백신을 운반하고 보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유휴 냉동창고 활용 플랫폼 만들 것
스페이스포트는 다음 단계로 전국의 유휴 냉동창고를 활용하는 플랫폼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스페이스포트는 150대 정도의 중고 컨테이너를 콜드 스토리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중 약 70%가 식품과 식자재 유통회사가 이용하고 있고, 약 10%는 바이오 업계, 약 10%는 스타트업이 제품 테스트를 위해 사용 중이다.
초반 식자재 유통에 쏠려있던 고객군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매출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4억 원대에서 7억 원대로 약 158% 성장했다.
앞으로 스페이스포트는 ‘빙고’ 브랜드 확장과 더불어 부산에 많은 냉동창고를 시스템화하고 유휴 창고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대표는 “전국 냉동창고의 50%가 부산에 몰려있는데 낡고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아 아쉬운 점이 많다”며 “고등어 풍어기일 때는 창고 대여비용이 비싸지고 비수기일 때는 낮아지는데, 비수기일 때 유휴 공간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빙고’ 서비스로 임대하고 있는 컨테이너의 유휴 공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공유 서비스를 일부 제공하고 있는데, 고객의 반응이 좋아 냉동창고로 서비스의 확장을 고민 중이다.
김 대표는 “물류 창고 이익률이 평균적으로 5%밖에 되지 않는데 유휴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며 “앞으로 공유기업의 취지를 잘 살린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