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즈루시 시민들 진심 어린 추모 사업 [‘방치된 비극’ 우키시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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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침 사고 현장 지역 주민들
1965년부터 단체 만들어 활동

지난해 12월 부산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둘러보는 한·일 우키시마호 시민단체 관계자들. 지난해 12월 부산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둘러보는 한·일 우키시마호 시민단체 관계자들.

우키시마호 희생자들이 그토록 그리던 부산, 그리고 폭침 사고 현장인 일본 교토 마이즈루. 우키시마호 사건을 추모하는 양 도시의 시민단체는 지난해 12월부터 교류하며 일본에 남아 있는 유골을 조기 봉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골은 마이즈루항 해변에서 지역 주민에 의해 화장되거나 합장됐다. 이후 마을 사찰에 안치됐고, 1958년 옛 일본 후생성에 의해 창고로 옮겨졌다. 1971년 6월에는 도쿄의 사찰 유텐지로 옮겨졌는데, 이 중 241구는 3차례에 걸쳐 한국에 반환됐다. 현재 유텐지에는 280구(남한 출신 275구, 북한 출신 5구)가 남아 있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이 유골을 고향으로 봉환하려고 힘쓰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마이즈루, 오미나토, 도쿄의 시민단체들은 공동으로 일본 후생노동성에 유골 조기 봉환 요청서를 제출했다. 당시 후생노동성은 기자회견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희생자 유족들은 일본 정부의 배상·사죄를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이 2004년 기각되자 “사죄가 없는 한 유골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유족들도 고령이 되면서 조기 봉환을 촉구한다. 우키시마호유족회 한영용 회장은 지난해 12월 후생노동성에 “하루빨리 피해자 유골을 유족의 품으로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양국 시민단체는 희생자 추모 활동에도 힘을 모은다. 지난해 12월 13일 부산 시민단체 동북아평화·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협회(이하 추모협회)는 부산 남구 강제동원역사관에서 우키시마호 희생자 추모 등을 위한 ‘동북아평화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마이즈루 시민단체인 ‘우키시마마루 순난자를 추모하는 모임’(이하 마이즈루모임)의 시나다 시게루 회장과 1978년 우키시마호 추모비를 제작한 하시모토 에이지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에서 시나다 회장은 “마이즈루 시민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추모 활동을 계속해 왔다”며 “이런 비참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고 평화로운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단체는 다음 날에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심규선 이사장과 간담회를 갖고 희생자 유골 조기 봉환과 추모 시설 조성을 요청했다. 시나다 회장은 영락공원 무연고자실에서 우키시마호 유골이 발견된 데 대해 “유족 품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유골이 확인된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 편한 자리에 안치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마이즈루시에서는 1965년부터 우키시마호와 관련한 시민단체 활동이 본격화됐다. 1978년에는 시민들의 모금으로 추모공원과 추모탑을 만들었으며, 이후 매년 추모제도 열린다.

글·사진=히라바루 나오코(서일본신문) 기자 naokonbu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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