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연’ 안타키아서 우리 구조대 인명 구조 잇단 낭보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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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참사

강진 직격탄 하타이주서 활동
한국 교회에 6·25전쟁 파병도
70대 남성·부녀 등 4명 첫 구조
생존자들 건강 양호·의식 뚜렷
사망자 급증·1만 5000명 넘어
구호물품 수송 어려워 2차 피해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9일(현지시간) 안타키아서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대원들이 잔해 속에 갇혀 있던 어린이를 구조하자 환호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9일(현지시간) 안타키아서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대원들이 잔해 속에 갇혀 있던 어린이를 구조하자 환호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지난 6일 발생한 강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부산일보 지난 7일 자 2면 등 보도)를 돕기 위해 급파된 한국의 구호대가 현지에서 70대 남성 1명 과 부녀 등 4명을 구조했다는 낭보를 전했다. 지진 사흘이 지난 시점에서 세계 각국에서 파견된 구조대들이 재난 현장으로 향하고 있지만, 튀르키예의 주요 교통 통로가 심각한 정체를 빚어 인력과 구호물자가 피해 현장에 도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도 뒤따른다.

외교부는 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역에 급파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TR)가 이번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하타이주 안타키아 고등학교에서 구조활동에 돌입했다고 9일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긴급구호대는 해당 지역에서 생존자 1명을 구조했다. 이 생존자는 70대 중반의 남성으로 의식이 있었으며 건강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생존자를 구출한 곳에서 사망자 4명이 추가로 확인되기도 했다. 한국 구호대는 이날 오전 10시께 2세 여아와 40세 아버지, 35세 여성 등 3명을 추가로 구조했다. 구호대 관계자는 "먼저 구조된 부녀 2명은 탈수 증세는 있으나 의식은 또렷한 상태"라고 전했다.


안타키아에 설립됐으나 이번 지진으로 무너진 한국 안디옥개신교회. 외교부 제공 안타키아에 설립됐으나 이번 지진으로 무너진 한국 안디옥개신교회. 외교부 제공

지난 8일 오전 공군 수송기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를 타고 현지에 도착한 긴급구호대 118명은 외교부와 소방청,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군 인력 등으로 구성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구호 인력으로, 튀르키예 요청에 따라 탐색구조팀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소방청에서 파견된 국제구조대에는 지휘관 1명 외에 구조팀 36명, 탐색팀 8명, 운영팀 10명, 물류팀 6명으로 구성됐고, 구조견도 4마리도 포함됐다. 여기에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를 비롯한 군 인력 50명이 긴급구호대에 추가 합류했다.

긴급구호대가 활동하는 무대인 안타키아는 하타이주의 주도로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인구 21만여 명의 안타키아는 이번 강진의 진앙지인 가지안테프주에서 직선거리로 130km 떨어져 있다. 안타키아에는 교민 1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슬람 지역임에도 한국인 교회가 있다. 1995년 성지순례를 하던 서울 광림교회의 김선도 당시 담임목사가 안타키아 시내를 방문했을 때 건물을 사들이고 튀르키예 정부 허가를 받아 2000년 안디옥개신교회를 설립했다. 안디옥개신교회는 이 지역에서도 다문화와 포용을 상징하는 장소였으나 안타깝게도 이번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졌다.


한국 구조대가 현지에서 구조한 70대 남성. 외교부 제공 한국 구조대가 현지에서 구조한 70대 남성. 외교부 제공

안타키아에서 북쪽으로 40여km 거리에 있는 항구도시 이스켄데룬은 지중해로 뻗어나가는 통로 중 하나다. 6·25전쟁 당시 튀르키예가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한 1여단 장병들이 1950년 9월 25일 이스켄데룬에 정박한 수송선에 올랐다. 같은 해 10월 12일 튀르키예 선발대가, 닷새 뒤에 본대가 각각 부산에 도착했다. 현지인들은 아직도 이스켄데룬 한복판에 세워진 한국전쟁 파병 기념비를 바라보며 ‘형제의 나라’ 한국을 떠올린다. 이스켄데룬 역시 이번 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현지에서는 각국에서 급파한 일부 구조대가 본격 활동에 나섰지만, 현장 접근이 좀처럼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현지에 도착한 구호물자 전달에 상당한 애를 먹고 있다. 현재 튀르키예의 육로는 물론 바닷길과 하늘길 모두 정체 상태다. 이번 강진과 여진으로 튀르키예의 주요 도로와 교량이 파괴되고, 한파에 눈까지 내려 육로 이동도 쉽지 않다. 이처럼 구호품이 좀처럼 배분되기 어렵다 보니 지진의 직접 충격을 가까스로 피한 생존자까지도 위기에 처했다. 세계보건기구는 피해지에 물, 식량, 연료 등 필수품이 떨어져 생존자들이 2차 재난에 직면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 발생 사흘이 지난 현재 사망자는 이미 1만 5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인명피해가 더 늘어난다면 2011년 1만 8500명이 숨진 동일본 대지진 규모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 현지 구조대는 단 한 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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