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진료에 앙심 품고 부산대병원 응급실 방화…징역 4년
47명 긴급 대피…진료 11시간 중단
1심 이어 항소심도 징역 4년…항소 기각
지난해 6월 A 씨가 휘발유를 담아온 2L짜리 생수통. 부산일보 DB
자신의 아내가 받는 진료 방식에 불만을 품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휘발유를 뿌려 방화를 저지른 60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최환)는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한다고 16일 밝혔다.
1심이 인정한 범죄 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6월 24일 오후 9시께 부산 서구 아미동 부산대병원 응급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방화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당시 부부싸움을 하다가 제초제를 마시고 쓰러진 아내 B 씨와 응급실을 찾았다. 술에 취한 A 씨는 의료진들이 B 씨의 손과 발을 결박한 채 진료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소란을 피웠다. 응급실 의료진에게 아내의 치료를 신속하게 하지 않는다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에 응급실에서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자 불을 지르기로 마음먹었다. A 씨는 병원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매한 뒤 2L짜리 생수통에 담아와 응급실 바닥과 벽에 휘발유를 뿌린 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에 응급실에 있던 직원 29명과 환자 18명이 대피했고, 약 11시간 동안 진료가 중단됐다.
불은 병원 직원이 소화전으로 끈 덕분에 5분 만에 진화됐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4년을 선고했고, A 씨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병원 의료진의 신속한 대처로 인명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불이 크게 번졌다면 다수가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며 “사람들의 생명과 신체 등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로 원심 형이 너무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