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지침 따라 예방접종 뒤 돌연사한 고등학생… 法 "국가보상 대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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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요구로 간염과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한 뒤 돌연사한 고등학생의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 신청을 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정상규 수석부장판사)는 A 군의 유족이 "피해보상 접수를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군은 2019년 국내 한 영재학교(고교 과정)에 입학을 앞두고 예방접종을 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 특성상, 학교는 신입생들에게 A·B형 간염과 장티푸스 백신 예방접종을 한 뒤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A 군은 보건소에서 1월 25일 장티푸스 백신, 29일 B형 간염 백신을 맞고, 31일 다른 의원에서 A형 간염 백신을 맞았다.
그런데 약 6개월 뒤인 7월 28일 A 군은 주거지 침대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는 '사인 불명'이었다.
이에 유족은 A 군이 예방접종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질병관리본부에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2021년 반려 처분을 받았다. 질병관리청은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접수하지 않았는데 유족은 이 반려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이번에 국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낸 것이다.
유족은 소송을 냈지만, 법원도 질병관리청의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 군이 필수예방접종 대상자가 아니라고 짚었다. 감염병예방법 32조에 따른 필수예방접종 대상은 A형 간염이 영유아, B형 간염이 신생아 및 영아이며 장티푸스 필수접종 대상자는 장티푸스 보균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 등이다.
재판부는 "접종 대상자가 아닌 사람이 한 예방접종을 국가가 시행하는 '필수 예방접종'으로 볼 수 없다"며 "국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지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질병관리청이 A 군 어머니의 피해보상 신청을 거부한 게 적법하다고 밝혔다.
'장티푸스 보균자가 많은 지역 학생을 받는 학교의 강제에 따라 장티푸스 백신을 접종했다'는 유족 측 주장에 대해서도 "A 군의 접종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감염병예방법 제24조에 의한 예방접종으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숙 생활과 단체급식, 국외 위탁교육과 해외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학교가 입학생들에게 장티푸스 백신을 맞도록 요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A 군을 장티푸스 접종 대상인 '보균자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사람'이나 '유행 지역으로 여행하는 사람' 등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족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