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아들’과 ‘중앙고 농구부’… 영화관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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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대외비’ 4월 ‘리바운드’ 개봉
해운대 권력 암투 담은 영화 ‘대외비’
‘리바운드’는 중앙고 감동 실화 그려
부산 시내·사투리 곳곳서 등장
한국 영화 흥행에 ‘도움’ 기대
극장, ‘리바운드’ 배급사에 지원도

영화 ‘대외비’에서 해웅(조진웅 분)과 순태(이성민 분)가 마주앉은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대외비’에서 해웅(조진웅 분)과 순태(이성민 분)가 마주앉은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는 ‘봄’을 맞아 부산 이야기를 다룬 기대작들이 영화관에 출격한다. 해운대 지역 권력 암투를 그린 ‘대외비’와 부산 중앙고 농구부 실화를 담은 ‘리바운드’가 연이어 개봉한다. 부산에서 촬영한 작품들이 한국 영화 관객몰이를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한다.

1992년 부산 해운대 일대가 배경인 영화 ‘대외비’는 다음 달 1일 스크린에 걸린다. ‘해운대의 아들’을 자처하는 해웅, 정치판 숨은 실세 순태, 행동파 조폭 필도 등이 권력 암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만년 국회의원 후보인 해웅은 순태에게 버림받아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하고, 재개발과 관련한 대외비 문서를 손에 쥔다. 이후 필도의 도움으로 선거 자금을 마련해 무소속 후보로 승승장구하지만, 순태가 점차 해웅의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한다. 영화 ‘악인전’을 연출한 이원태 감독 작품이다.

올해 4월 개봉하는 영화 ‘리바운드’ 포스터.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올해 4월 개봉하는 영화 ‘리바운드’ 포스터.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2012년 부산 중앙고 농구부 이야기를 그린 ‘리바운드’는 4월 개봉이 확정됐다. 예비 선수 하나 없이 전국 고교 농구대회 결승에 진출한 기적 같은 실화를 각색했다. 당시 중앙고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약체였다. 강양현 코치와 선수들의 여정은 지금껏 ‘현실판 슬램덩크’로 비유될 정도다. 영화는 지난해 ‘오픈 더 도어’로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장항준 감독이 연출했다. ‘공작’으로 부일영화상 각본상을 받은 권성휘 작가, 장 감독의 아내이자 국내 인기 작가로 손꼽히는 김은희 작가가 각본을 썼다.

부산이 배경인 두 영화는 부산 곳곳의 모습을 담았다. 26일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대외비’는 2020년 4~7월 부산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해운대구 반여1동 주택가, 중구 코모도호텔·영주시민아파트·영주시장, 사상구 옛 사상경찰서, 동구 부두사거리, 영도구 봉래나루로, 강서구 둔치2호교·가덕도 대항동 도로 등에서 촬영했다. ‘리바운드’ 배우와 제작진은 지난해 4~5월 부산을 찾았다. 세트장 대신 실제 남구 중앙고에서만 19일간 영화를 찍었다. 해운대구 옛 동부산대와 영도구·남구 소재 고등학교, 수영만요트경기장과 영도대교에서도 촬영했다.

배주형 부산영상위 홍보·마케팅팀장은 “‘대외비’는 30년 전 배경이라 그 시대 느낌이 나는 촬영지를 찾기 위해 직원들이 많이 노력했다”며 “‘리바운드’도 중앙고를 포함해 고교 농구부 이야기에 적합한 촬영지를 찾아 추천했다”고 말했다.

영화 ‘대외비’에서 무소속 후보로 선거에 나선 해웅(조진웅 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대외비’에서 무소속 후보로 선거에 나선 해웅(조진웅 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부산 출신 배우가 주연을 맡은 점도 눈에 띈다. ‘대외비’ 주인공 해웅 역은 조진웅 배우가 연기했다. 올해도 ‘(롯데)자이언츠 우승’을 염원하는 부산 토박이다. 2011년 영화 ‘퍼펙트 게임’에서 자이언츠 창단 첫 우승 주역인 김용철 선수를 연기하기도 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을 연기한 이성민, 이번 작품을 위해 부산 사투리를 배운 김무열 배우가 영화에 함께 출연한다.

‘리바운드’ 강양현 코치 역은 안재홍 배우가 맡았다. 부산 해운대구가 고향인 그는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부산 사투리를 구사한다. 2014년 영화 ‘족구왕’으로 큰 주목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고교 농구’로 관객을 만난다.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 등 신예 배우들이 중앙고 선수로 등장한다.

2012년 부산 중앙고 강양현 코치 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가운데).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2012년 부산 중앙고 강양현 코치 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가운데).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두 작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한 영화관에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 극장은 보통 3~4월이 비수기로 여겨지는데 ‘대외비’와 ‘리바운드’ 등이 흥행하면 관객 수가 예전만큼 회복하는 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따르면 올해 1월은 ‘아바타: 물의 길’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웅’과 ‘교섭’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이 2019년 1월의 82.1%까지 회복했다. 정혜란 영진위 영화정책연구팀 주임은 “개봉을 미뤄온 한국 영화가 지난해부터 극장에 많이 걸리기 시작했다”며 “한국 영화가 흥행하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리바운드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에서 1000원을 배급사에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영화관산업협회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한국 영화 개봉을 지원하기 위해 극장사 및 배급사와 협의해 내린 결정이다.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개봉 지원작에 신청한 한국 영화 6편 중 2편을 선정했다”며 “관객 1인당 ‘리바운드’는 1000원, ‘킬링 로맨스’는 2000원을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배급사에 극장 몫을 조금 더 분배해주게 될 것”이라며 “5월부터 ‘분노의 질주’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 쟁쟁한 외국 영화가 개봉해 4월로 지원 시기를 정했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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