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볕 / 육근상(19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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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속 같다 무엇이든 끌어안고 있으면 한 생명 얻을 수 있겠다

겨우내 버려두었던 텃밭도 품속 따뜻했는지 연두가 기지개다 뾰족한 입술 가진 호미도 혓바닥 넓은 꽃삽도 품속 그리웠는지 입술 묻고 뗄 줄 모른다 나를 품었던 엄니도 이제 돌아가려는지 양지 녘 볕을 있는 힘껏 끌어모으신다

품속 내려놓은 어미 닭이 병아리들 꽁무니 매달고 의젓하게 마당 맴돌고 있다

- 시집 〈여우〉(2021) 중에서


꽃샘추위가 한 차례 왔다 갔지만, 산수유와 매화와 개나리가 피고 봄볕은 다시 따사롭다. 봄볕은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다. 시인은 이 봄볕을 ‘품속’으로 치환한다. 시인 백석과 이용악의 시풍을 새롭게 개선하고, 토속적인 언어로 시의 참맛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시인의 이 시도 시골의 마당 봄 풍경을 정겹게 펼쳐놓고 있다. 다시 삼월이다. 시인의 문장처럼 ‘무엇이든 끌어안고 있으면 한 생명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삼월이다. 우리 사회도 약자를 끌어안아 다시 강하게 해주고 그들이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모두가 돕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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