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성 논란 ‘바람의 핫도그’ 빠지나…거제 9미·9경·9품 다시 뽑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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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특정 기업 제품 대표성 논란에 재선정 착수
지역 역사·문화·자연환경 담은 품목으로 교체

핫도그. 부산일보DB 핫도그.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시가 지역 대표 음식 품목을 손본다. ‘9미(味)’ 중 하나인 ‘바람의 핫도그’를 둘러싼 논란(부산일보 2022년 12월 2일 11면 보도)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다시 선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참에 지역 명소와 특산품을 담은 ‘9경(景)’과 ‘9품(品)’도 함께 재검토하기로 했다.

28일 거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9년,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특산품‧음식을 종전 8가지에서 9가지로 늘려 9미‧9경‧9품을 선정했다.

9경에는 거제해금강, 바람의언덕과 신선대, 외도 보타니아, 학동흑진주 몽돌해변,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동백섬 지심도, 여차-홍포 해안비경, 공곶이/내도, 거가대교가 이름을 올렸다. 9품은 대구, 멸치, 유자, 굴, 돌미역, 맹종죽순, 표고버섯, 고로쇠수액, 왕우럭조개다. 9미에는 대구탕, 굴구이, 멍게(성게)비빔밥, 도다리쑥국, 물메기탕, 멸치쌈밥과 멸치회무침, 생선회와 물회, 볼락구이 그리고 바람의 핫도그가 포함됐다.

그런데 9미 중 하나인 ‘바람의 핫도그’를 놓고 대표성 논란이 불거졌다. 다른 품목은 모두 거제에서 생산되는 특산품을 재료로 하고, 누구나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음식인데 반해 바람의 핫도그는 특정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거제 바람의 언덕. 부산일보DB 거제 바람의 언덕. 부산일보DB

바람의 핫도그는 거제 9경 중 한 곳인 ‘바람의 언덕’ 입구에서 판매하는 핫도그다. 바람의 언덕이 거대한 풍차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어우러진 비경으로 입소문을 타더니 드라마 촬영지로 명소가 되면서 덩달아 핫도그도 명물이 됐다.

작은 점포였던 핫도그 가게는 2015년 프랜차이즈 업체를 설립하고, 2017년 바람의 핫도그를 상표로 등록했다. 2020년 본점 인근에 ‘바람의 언덕 핫도그’란 경쟁 점포가 문을 열자 상표권을 침해했다면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당시 거제시는 시민 선호도 조사(40%)와 사회 각 계층 21인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 심사(60%)를 거쳐 품목을 정했다. 바람의 핫도그는 선정위 심사에서 꼴찌에 해당하는 13위(37.2점)에 그쳤지만, 선호도 조사에서 6위(32점)에 오르며 종합 점수 8위(69.2점)로 9미 중 하나가 됐다.

이를 두고 찬반이 분분했다. 그러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최근 거제시의회가 공론화하면서 논쟁이 재연됐다. 김선민 의원의 발언이 단초가 됐다. 김 의원은 작년 11월 행정사무감사에서 향토음식심의위원회 위상 제고와 역할을 주문하며 9미 품목 선정 문제를 제기했다.

거제 외도 보타니아. 부산일보DB 거제 외도 보타니아. 부산일보DB

김 의원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통해 만들어지는 음식이어야 하며, 또 시민 누구나 만들어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시 예산으로 홍보하는 만큼 모든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3일 시정질문을 통해 다시 한 번 이 부분을 짚었다.

신중하던 거제시도 결국 한 발짝 물렀다. 여론 추이를 살피던 시는 최근 품목 재선정 준비에 착수했다. 이권우 문화관광국장은 “9미는 거제의 역사·문화·자연환경을 담고 있어야 한다”면서 “기존 품목 중 이런 방향성에 맞지 않은 게 있다면 다양한 의견수렴과 절차를 거쳐 적절한 품목으로 대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9경, 9품에 대해서도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며 “9미와 함께 유지할지 바꿀지 판단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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