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발 특수를 잡아라’…7000억 뭉칫돈에 울산이 ‘들썩’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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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오늘부터 통상임금 소송 산정액 지급 시작
기술직 근로자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가까이 받아”
현대백화점 등 할인행사 돌입…유통·금융·외식업계 반색

현대중공업 전경. 부산일보DB 현대중공업 전경. 부산일보DB

현대중공업이 7000억 원대 통상임금 소급분을 31일 풀기 시작하면서, 지역 상권이 모처럼 찾아온 ‘중공업발(發) 특수’에 한껏 들떠 있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은 이날부터 통상임금 소송 관련 산정액을 순차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급 대상은 2009년 12월 29일부터 2018년 5월 31일 사이 재직한 3만 8000여 명 전·현직 근로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오늘 아침 신청 순서대로 재직자와 퇴직자 수천 명에게 1차로 (통상임금 산정액을) 지급했고, 4월부터는 수요일마다 나머지 금액을 26일까지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1월 12일 부산고등법원이 제시한 통상임금 조정안을 수용하며 2012년 12월부터 11년간 끌어온 통상임금 소송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근로자 1인당 지급액을 단순 계산하면 평균 최소 1800여만 원 정도로 추산한다. 현장 기술직(생산직) 직원들은 사무직보다 연장근로 시간이 더 많아 평균 소형차 한 대 값 수준의 밀린 임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한 기술직 직원은 “산정 기간이 조선업 호황기여서 기술직의 경우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가까이 받는 사람도 있다”며 “반대로 사무직은 아예 돈을 못 받거나 10만 원대도 수두룩하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직으로 근무한 한 퇴직자는 “재직 당시 하루 12시간 근무는 기본이고 철야도 뛰었는데 세후 3000만 원 후반을 받았다”며 “갑자기 공돈이 생긴 것 같아 어떻게 쓸지 고민”이라고 웃었다.

소위 말하는 뭉칫돈이 풀리면서 지역 상권 또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중공업 인근에 있는 현대백화점 울산동구점은 31일부터 가전제품과 가구, 여성 의류 특별할인전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고객 유치에 돌입했다. 현대백화점 울산동구점 관계자는 “우리 백화점 고객의 60% 정도가 현대중공업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손님들”이라며 “(이번 통상임금 산정액 지급으로) 중공업 직원들의 구매력이 한층 높아졌다고 판단해 가구나 의류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할인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역 상호금융 또한 중공업 직원을 대상으로 예·적금 등 맞춤형 금융상품을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인근 월봉·전하시장, 식당가 등에서도 “목돈 한 번 벌어보자”며 기대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4월 21일까지 통상임금 소송 산정액에 대한 전·현직 근로자들의 신청을 받고 있으며 전용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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