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5만 년 전 뜨거웠던 불구덩이 걷다가 봄꽃에 화들짝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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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운석공 환중주 32km
향토 과학자 의지로 운석공 최초 확인
둘레 산길 걸으며 역사와 우주여행 상상
일부 구간 개척산행 기분으로 걸어야

합천 대암산 정상에서 본 운석공. 합천 대암산 정상에서 본 운석공.

해 질 녘의 대암산 정상 운석공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 황계복 제공 해 질 녘의 대암산 정상 운석공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 황계복 제공

걷는 내내 운석공 주변은 봄꽃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불길은 산 아래에서 시작해 산꼭대기까지 막무가내로 번지고 있었다. 바야흐로 봄이었고, 이맘때를 기다린 것은 합천 운석공 환종주를 해내겠다고 마음먹은 부산 산꾼들이었다.

올해 봄꽃은 두서가 없다. 진달래가 피자 이어 산벚나무가 화려하게 자태를 뽐낸다. 유독 이곳 골짜기마다 흐드러진 능수벚꽃. 능수벚꽃의 전파자는 버찌를 탐낸 새들이겠지만, 운석공 일대가 수수한 연분홍 치장을 하는 데 일조했다. 이제 연둣빛 새싹의 향연이 함지박 가득 펼쳐지리라.

운석공의 지명은 아직 경남 합천 적중·초계분지다. 그 주변을 둘러싼 산줄기를 산꾼들은 '합천 운석공 환종주'라 부른다. 3월 마지막 주 합천으로 향했다. 산행은 부산 수목산악회(회장 신세균) 답사팀과 함께였다.



합천 운석공 네이버 위성지도 사진. 합천 운석공 네이버 위성지도 사진.

적중교에서 걸음을 떼다

운석공 환종주는 아직 정확한 공인 코스는 없다. 하지만 대간이나 정맥, 지맥 산행처럼 끊기지 않는 산줄기를 따랐다. 5만 년 전 이곳의 지형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는 물길 하나가 둘레 산줄기를 가르고 있다. 미타산 자락에서 발원한 산내천이 적중교를 지나 황강으로 합류한다. 내가 흐른다는 것은 가장 낮은 지형이라는 것. 그래서 지극히 상식적인 출발 지점이 적중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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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환종주 산행은 도상거리 32km였다. 적중교에서 출발했다. 인천 이씨 행적비 등이 있는 비석거리에서 등산로가 시작된다. 이어 오리정 삼거리 이정표~KBS중계탑~아막터널(정자쉼터)~단봉산(201m)~골안재(포장임도)~24번국도(택정재)~박골재~작은대암산(556m)~대암산(591m)까지 첫날 7시간 정도 걸었다.

다음 날엔 대암산을 출발해 무월봉(608m)~태백산(579m)~큰고개재~천황산(688m)~천황산 삼거리(국사봉 갈림길)~삼각점봉(655m)~미타산 임도 이정표~미타산성 ~미타산(663m)~홀로재~290m봉~ 가매실재~24번국도(송림재)에 도착했다. 준족인 사람은 새벽에 시작해 하루 만에 마치기도 한다.

송림재에서 적중교까지 옥두봉(253.2m)까지 이어야 환종주를 완결했다고 할 수 있으나 현지인 말로는 길이 제대로 없단다. 송림재에서 산행을 마치고 흘낏 옥두봉 방향을 쳐다보니 배수로를 타고 기어코 산줄기를 이은 팀들이 있었던지 안내 리본이 달려 있긴 했다.

환종주 산행의 시작은 좋았다. 적중교에서 오르는 길에 다소 낡았지만, 나무 계단과 난간까지 있어 최근 유명해진 '운석충돌구'의 영향인가 했더니 시작하자 바로 끝. 계단이 끝나자 크고 작은 무덤이 즐비했다, 무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단봉산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야 했다. 30분을 걸으니 초계 아막이 1.2km 남았다는 오리정 갈림길 이정표다. 이정표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15도 정도 기울어 있다.

또 20분을 걸어 KBS중계탑.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이 산정에 있으니 조금 뜬금없다. 아막재 터널도 40분을 더 걸어 지난다. 철계단을 올라 10여 분 만에 단봉산에 올라섰다.



분꽃나무 꽃 분꽃나무 꽃


운선공 환종주길에서 만난 봄꽃들. 운선공 환종주길에서 만난 봄꽃들.

우리나라 유일 운석공

운석공 환종주의 공식 등산로는 아직 없다. 그래서인지 별도 이정표는 없다. 선답자들이 달아 놓은 리본을 참고한다. 그러나 미심쩍은 갈림길에서는 반드시 휴대전화 GPS 지도를 확인해야 정확하다.

합천 운석공과 비슷한 함지박 지형으로는 전국에 많이 알려진 강원도 양구 펀치볼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보고 펀치볼(화채 그릇)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펀치볼은 침식 분지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합천은 운석이 충돌해서 만든 운석공이다. 무려 5만 년 동안 운석공인지 그 존재를 모르다가 2020년에 들어서야 운석공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합천 운석공은 전 세계 공인 운석공 200여 곳 중 하나로 동북아 지역에선 두 번째로 공인된 운석공이다. 직경 200m의 운석이 지구와 충돌해 만든 지형으로 당시 충격 위력은 반경 50km를 초토화할 정도의 위력이었단다.

단봉산 정상에는 운석공 분지 안에 자리 잡은 초계면과 적중면을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었다. 화강석 제단도 있어 절기에 맞춰 행사를 여는 곳임을 짐작했다. 단봉산 해발이 고작 200m라 그리 시원한 조망이 아닌 게 살짝 아쉽다.

단봉산에서는 왼쪽으로 난 길로 내려서야 골안재로 원활하게 진행한다. 산행팀은 고도가 높은 오른쪽 희미한 길을 갔다가 '알바(정해진 길을 벗어나 헤맨다는 산꾼의 용어)'를 했다. 골안재에서 환종주 능선으로 겨우 올라서자 느티나무 세 그루 가운데 푹신한 1인용 소파가 있다.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돋보인다. 한눈에도 쉬기 좋은 자리인 줄은 알겠다. 가족묘가 있는 서쪽 산줄기로 내려서니 24번 군도와 만나는 택정재다. 단봉산에서 50분 걸었다. 택정재에서 다시 1시간을 걸어 박골재를 지난다.

작은 대암산까지는 계속 고도를 높인다. 길은 원만하다. 소나무와 진달래가 어우러져 전형적인 한국의 능선이다. 산꾼이 많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길이 험하지 않아 편안하게 걷는다. 진달래 꽃대궐을 지나며 행복감이 몰려온다. 길 가운데 커다란 물웅덩이가 있다. 주변 소나무 밑동에 진흙이 묻어 있다. 멧돼지 목욕탕이다. 제법 된비알을 올라서니 앙증맞은 글씨체로 작은대암산이라고 작은 돌에 쓴 표지석이 있다. 박골재에서 2시간 정도 걸렸다. 작은대암산에서 충분히 쉰 뒤 지척인 대암산으로 향한다.



대암산 정상에서 본 노을.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뚜렷하다. 대암산 정상에서 본 노을.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뚜렷하다.

불타는 파노라마 풍경

어둑해지는 시간대에 대암산에 도착했다. 대암산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사진동호회 사이에는 황매산과 함께 은하수 사진을 찍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활공장으로 사용하다 보니 산정 주변 나무를 잘 정리했다. 이번 환종주 산줄기에는 대암산보다 더 높은 산과 봉우리가 즐비하지만, 대암산이 단연 최고의 조망터다.

대암산은 인근 지역민들이 청계산으로 부르기도 한단다. 대암산 정상은 옛 초팔성으로 대가야가 쌓고 이후 신라가 주로 관리했다. 의령은 물론 합천 읍내까지 잘 보이니 가야시대엔 전략적 요충지였겠고, 지금은 빼어난 조망터다. 산성은 곧 복원할 계획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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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감시원이 산꾼을 반긴다. 합천 초계 출신 임판규 씨의 오랜 노력으로 마침내 이곳이 운석공임이 밝혀졌다고 알려준다. 그는 운석이 북동쪽에서 남서쪽 방향 사선으로 떨어졌을 거라며 산세를 보라고 설명해 주었다. 듣고 보니 우리가 출발한 적중교 쪽은 산줄기가 나지막한데 대암산과 미타산 쪽은 산세가 우뚝하다. 운석이 떨어진 그날을 상상한다.

이곳 지형이 운석공이라고 확신한 임 씨는 2000년부터 혼자서 규명하다가 그 결과를 보지는 못했다. 2013년 돌아가셨는데 딸 춘지 씨가 2017년 합천군의원이 되면서 적극적으로 재조명하기 시작해 마침내 2020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논문으로 적중·초계분지가 운석공으로 확인됐다. 5만 년 동안 알지 못했던 지구별의 비밀이 임 씨 부녀의 노력으로 밝혀진 것에 경의를 표한다.

대암산 정상의 조망은 빼어났다. 창녕 화왕산, 현풍 비슬산이 이어지며 합천 황매산과 지리산 천왕봉 백두대간 산줄기까지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천왕봉 뒤로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마치 달나라 탐사선 같은 대암산 산불감시탑 실루엣이 선명해진다. 동서 8km, 남북 5km, 둘레 32km의 거대한 운석공에 어둠이 가득 담기자 마을의 불빛이 하나둘 반딧불처럼 살아난다. 하늘에는 막 우주에서 도착한 성급한 별들이 제빛을 반짝인다. 해 질 녘 대암산 정상에서 우주여행을 시작했다.

합천 운석공=글·사진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부산일보 | 안녕하세요~! 펀부산입니다 오늘은 합천 운석공 환종주 산행 영상을 준비했는데요. 영상 시청 전 합천 운석공 환종주 산행 코스 팁을 살짝 알려드리고 시작하려고 해요 저희는 첫날 오전 11시에 출발해 오후 6시에 대암산 정산에 도착해서 약 7시간 소요 되었고 둘째 날은 오전 8시 산행을 시작해 오후 3시 40분이 마쳤습니다. 총 14시간 40분 정도 걸렸다고 보면 됩니다 걸음이 빠르지 않다면 이틀에 걸쳐 주변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산행 계획을 잡는 것이 좋고 하루에 마치고 싶은 분이라면 보통 새벽 4시에 산행을 한다고 하네요 높낮이로 보면 적중교에서 마타산으로 가는 시계 방향이 편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당일 산행을 계획하고 일찍 출발한다면 운해까지 만나는 행운이 기다리는 대암산 방면인 시계 반대 방향 코스도 나쁘지 않습니다 등산로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어려움이 없지만 중간에 가시덤불 구간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럼 여러분 영상 보고 합천 운석공의 매력에 빠져주세요~! ---------------------------------------------------------------------------- 🔥 부산일보 홈페이지 🔥 http://www.busan.com/ ---------------------------------------------------------------------------- #경남합천 #산행 #대암산

적중교 비석거리에서 합천 운석공 환종주 산행을 시작한다. 적중교 비석거리에서 합천 운석공 환종주 산행을 시작한다.

오리정 삼거리 이정표에 도착했다. 오리정 삼거리 이정표에 도착했다.

KBS중계탑이 있는 곳에 운동시설도 설치해 두었다. KBS중계탑이 있는 곳에 운동시설도 설치해 두었다.


아막터널 위에 있는 정자 쉼터. 양쪽 등로는 철계단으로 돼 있다. 아막터널 위에 있는 정자 쉼터. 양쪽 등로는 철계단으로 돼 있다.


단봉산 표지석과 제단. 단봉산에는 초계 적중 들판을 조망하는 덱이 있다. 단봉산 표지석과 제단. 단봉산에는 초계 적중 들판을 조망하는 덱이 있다.

골안재 임도다. 오른쪽 작은 돌탑에서 다시 산행이 시작된다. 골안재 임도다. 오른쪽 작은 돌탑에서 다시 산행이 시작된다.

24번 국도와 만나는 탑정재. 확장 공사가 한창이라 건널 때 주의해야 한다. 24번 국도와 만나는 탑정재. 확장 공사가 한창이라 건널 때 주의해야 한다.

박골재를 지난다. 이제부터 대암산까지는 온전히 산길이다. 박골재를 지난다. 이제부터 대암산까지는 온전히 산길이다.


작은대암산에는 누군가 작은 돌을 모아 표지석을 만들어 놓았다. 작은대암산에는 누군가 작은 돌을 모아 표지석을 만들어 놓았다.

대암산의 우람한 표지석. 활공장이 있어서인지 주변 조망이 탁월하다. 대암산의 우람한 표지석. 활공장이 있어서인지 주변 조망이 탁월하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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