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번이 아니네”…동맹국 상습 도감청하는 미국
2013년 스노든의 ‘프리즘’ 폭로로 동맹국 감시 사실 드러나
오바마 대통령 재발 방지 약속했지만 ‘공염불’ 그쳐
우리 대사관, 대통령실도 여러차례 도감청 대상 거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한국 등 동맹국들을 광범위하게 도감청 해온 사실이 담겨있다는 미 언론 보도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실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도감청 사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연한 계기로 적발돼 논란이 된 것만 여러 번이다.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민간인 사찰 프로그램인 ‘프리즘’의 존재를 폭로하면서 미국이 동맹국까지 감시해왔다는 사실이 폭로했다. 당시 미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2002년부터 10년 넘게 도청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파장은 유럽연합(EU) 전체로 번졌다. 미 워싱턴의 한국 대사관도 도청 대상에 포함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동맹국 정상들을 상대로 더 이상 도감청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2021년 5월 덴마크 언론은 NSA가 2012~2014년 덴마크를 지나가는 해저 통신케이블을 통해 유럽 정치인들의 통화와 인터넷 정보 등에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NSA의 감청 대상에는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프랑스·스웨덴·노르웨이 등의 정치인들이 포함됐다.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동맹국 사이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성토했고, 백악관은 “미국은 해외 감시(정보수집)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을 2014년 이후 전면 재검토 했다”고 밝혔다. 그 사이에도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2016년 NSA가 2008년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과 메르켈 총리의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고 폭로했고, 2017년에는 미 CIA(중앙정보국)가 삼성과,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기업의 제품과 플랫폼 등을 도감청 도구로 활용했다는 내부 문서를 폭로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2015년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정부가 이란과의 핵 협상에 반기를 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고위급 인사들을 도청했다는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은 그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거나 사실 관계를 부인하는 행태를 반복했지만, 이번에 한국 대통령실 내부 논의 내용을 감청한 사실이 또 다시 드러나면서 해외 국가들에 대한 도감청을 중단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