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친러 세력?… 미 국방부 문건 빼돌린 배후는 누구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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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당국, 유출자 색출 나서고 수사 진행
러시아 의심 받고 있지만 가능성 희박
전 국방부 관계자 “미국서 새 나간 듯”
전쟁서 우크라에 불리한 정보 한가득
이스라엘·프랑스, 자국 관련 내용 부인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국 국방부의 기밀 문서가 대량 유출되자 미 당국이 배후 세력 색출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공중에서 촬영된 미국 워싱턴DC의 국방부 청사.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국 국방부의 기밀 문서가 대량 유출되자 미 당국이 배후 세력 색출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공중에서 촬영된 미국 워싱턴DC의 국방부 청사.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등 동맹국들을 감청한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국 국방부 기밀 문건의 대량 유출에 대해 미 당국이 사건 배후 색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해당 문건을 유출한 주체를 놓고 미국의 내부자나 친러시아 세력의 소행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최근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 관련, “미국 당국자들이 유출 근원을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중동, 아프리카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문서들의 범위가 광범위한 것으로 보아 동맹국이 아닌 미국인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미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였던 마이클 멀로이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문서들이 미국 손에만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미국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나 친러시아 세력이 해당 문건을 유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문건은 내용이 임의로 수정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몇몇 문건은 초기 버전에 비해 이후 버전에서 러시아군의 사망자가 줄어든 대신 우크라이나군의 전사자가 늘어났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문건을 조작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다만 이는 문건 유출 이후의 일로, 이미 온라인에 공개된 문건을 러시아 측이 입수해 수정한 버전을 다시 뿌렸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문건 유출의 배후가 러시아라고 단정짓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9일 성명에서 “사진으로 찍힌 문서들은 민감하고 기밀성도 매우 높은 자료로 보인다”며 문건의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도 현재 이 문제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미 당국자들은 불만을 품은 직원부터 미국의 국가 안보를 적극적으로 훼손하려는 내부 위협에 이르기까지 기밀 문건 유출 경위 관련, 네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해당 문건이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상세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2월 23일로 기록된 하나의 기밀 문건 사례를 언급하면서 “현재 사용률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S-300 지대공 미사일이 5월 2일에 고갈된다고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정보는 결국 러시아군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대통령과 최고 안보 당국자들이 지난 7일 만나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BBC는 일부 문건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양측의 인명피해와 군사적 취약점, 우크라이나가 기다렸던 봄철 공세를 시작할 때 상대적 강점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유출 문건 중 20개의 문서를 들여다봤다면서 “해당 문서들은 우크라이나가 곧 착수하는 수십 개의 새로운 여단 구성을 위한 훈련과 장비 제공 등 상세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또 “문건은 여단이 준비되는 시기와 서방에서 제공되는 모든 탱크, 장갑차, 대포 등을 나열하고 있다”며 “장비 배송 시간이 훈련 및 준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감청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맹국의 기밀 정보가 유출되면서 이스라엘과 프랑스 등은 유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유출된 미국 문건 가운데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직원과 시민들에게 정부의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 참여를 촉구했다는 내용은 허위라고 밝혔다. 프랑스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국 군인이 있다는 문건 내용을 부인했다. 유출 문건에는 프랑스와 미국, 영국, 라트비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서 파견된 100명 미만의 특수작전 요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서 작전 중인 프랑스군은 없다”고 일축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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