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함양물류센터, 4년 헛심 쓰다 끝내 ‘없던 일로’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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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 미래먹거리 의욕 추진
영호남 물류·유통허브 큰 기대
쿠팡, 조성사업 포기 공문 전달
합의내용 이행 여부 놓고 “네 탓”

함양군과 쿠팡이 지난해 토지 매매계약 체결식(위쪽)을 했지만 사업은 끝내 무산됐다. 물류센터 예정지였던 신관리 일대. 함양군 제공 함양군과 쿠팡이 지난해 토지 매매계약 체결식(위쪽)을 했지만 사업은 끝내 무산됐다. 물류센터 예정지였던 신관리 일대. 함양군 제공

경남 함양군이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추진해온 쿠팡 물류센터 조성사업이 무산됐다. 쿠팡 측이 물류센터 조성사업 포기 공문을 군에 전달했기 때문다.

함양군이 지난 12일 쿠팡 측으로부터 전달 받은 사업 포기 공문에는 부동산 매매 계약 해지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함양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물류센터 조성사업은 완전히 백지화됐다. 지난 2019년 4월, 군과 쿠팡 측이 투자협약을 맺은 이후 4년여 만이다.

쿠팡 측의 사업 포기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군과 쿠팡 측은 사업 추진 초기 합의된 내용의 이행 여부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공문을 전달 받았고 (13일) 오전까지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군은 투자협약서에 따른 모든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했으며, 물류센터 조기 착공을 기다려 온 만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쿠팡 관계자는 “사업 추진이 중단된 이유는 군의 토지 소유권 관리 부실에 따른 사업의 장기간 지연과 당초 약속했던 보조금 지원 계획의 번복에 있다. 군은 당사에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지난 1월 입장을 번복했다. 이러한 사유에 따라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지난 2월부터 수차례 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쿠팡 물류센터 조성사업은 함양읍 신관리 일대 18만 4175㎡ 부지에 720억 원을 투자해 연면적 약 7만 5710㎡ 규모의 물류센터 1동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최신식 설비를 비롯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물류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첨단 물류장비 등이 도입될 예정이었다.

군은 물류센터가 구축돼 운영에 들어가면 광주와 대구, 김천 등을 연결하는 영호남 지역 물류와 유통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소 300명의 고용 창출은 물론 국내 전자상거래 최고 기업인 쿠팡 유치를 통해 다른 산업 유치의 원동력을 확보하는 등 파생적으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 같은 바람과 달리 사업은 실시계획 인가 등 각종 행정절차가 늦어지면서 착공과 완공 예정 시점이 조금씩 지연되는 등 균열이 생겼다.

또 지난해 4월 18일 쿠팡 측과 46억 원 규모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에 ‘토지계약 시점 1년 안에 건축계획 신고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삽입, 사업 독려에 나서기도 했지만 쿠팡은 돌연 정해진 기한이 지나기 전에 사업을 포기했다. 이로 인해 군은 쿠팡에 46억 원의 대금을 돌려주고 토지 매매 계약을 취소했다. 쿠팡 측은 앞서 14억 원의 용역비를 투입해 실시설계에 들어갔었는데, 이 피해 역시 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쿠팡물류센터 건립 철회 통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공유재산 매매계약서에 따른 해당 부지의 환수조치 등 후속대책 마련과 함께 투자선도지구 선정부지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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