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건희 주가조작’ 관련 권오수 소환조사
1심 “김 여사 계좌 3개 등 주가조작 동원”
야권, 특검 패스트트랙 추진… 검찰 수사도 박차
검찰 “김 여사 출석 조사 등 제한 두지 않겠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관련, 사건의 주범 격인 권오수(65)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조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 공조에 나서자 검찰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전날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인 권 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을 상대로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10일 도이치모터스 1심 판결 이후 검찰이 권 전 회장을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권 전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3년여간 ‘주가조작 선수’ 등과 짜고 총 91명으로부터 157개의 계좌를 동원해 비정상적인 거래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2020년 4월 열린민주당이 김 여사가 주가조작 과정에 자금을 제공한 ‘전주’로 의심된다며 고발해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이듬해 12월 권 전 회장 등 일당을 기소했지만, 김 여사는 계속 수사 중이라며 제외했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은 1심 재판부가 일부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사실을 인정하면서 재점화했다.
권 전 회장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김 여사 계좌 3개와 어머니 최은순 씨 계좌 1개가 각각 유죄로 인정된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된 차명 또는 위탁 계좌로 봤다.
김 여사 명의 계좌 중 1개는 주포 김 모 씨와 주가조작 가담자 민 모 씨 사이에 ‘3300에 8만 개 때려달라’(김 씨), ‘준비시킬게요’(민 씨), ‘매도하라 해’(김 씨) 등의 문자메시지(2010년 11월1일)가 오간 직후 메시지와 같은 내용의 주문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2개 계좌의 거래 내역은 주가조작 선수 중 한 명이 운영하던 투자자문사 컴퓨터에서 2011년 1월13일 작성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에 기록으로 정리돼 있었다.
최 씨 명의의 계좌 1개는 권 전 회장이 자신의 차명계좌 형식으로 직접 운영하며 관리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특히 이들 4개 계좌는 모두 공소시효가 남은 ‘2단계 주가조작 시기’(2010년 9월∼2011년 4월)에 등장한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법원이 김 여사의 연루 정황을 인정한 만큼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졌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김 여사 특검법을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특검 추진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 검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여사 측은 “주가조작을 공모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사실만으로 주가조작 공범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되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위탁했거나, 주가조작 가담자와 사전에 연락을 주고받은 뒤 시세조종을 위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그간 주가조작에 가담한 증권회사 관련자 등을 참고인으로 잇따라 부르며 김 여사 관련 의혹을 확인해왔다. 사건의 주범 격인 권 회장을 조사함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김 여사도 조사한 뒤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 출석 조사 등을 포함해 수사 방식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관련자들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