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주말] 비 오는 연휴, 볼 만한 것 찾는다면…‘가오갤3’와 ‘피의 게임2’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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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연휴에 비 소식이 있습니다. 4일 현재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부터 어린이날인 5일, 토요일인 6일 저녁까지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연휴를 맞아 야외활동을 계획한 이들에게는 차질이 빚어지겠습니다. 비 내리는 연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영상 콘텐츠 두 편을 소개합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와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피의 게임2’.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웨이브 제공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와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피의 게임2’.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웨이브 제공

“마블이 돌아왔구나”…‘가오갤3’에 팬들 환호하는 이유

대학생이던 2017년,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극장에서 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는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는 영화였습니다. 특유의 B급 감성과 유머 코드, 그리고 잔잔한 감동이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지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에 삽입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들이 끝내주게 좋았습니다. 집에 와서는 시리즈 1편을 감상하고 ‘가오갤’의 팬이 됐습니다.

지난 3일 공개된 ‘가오갤3’는 아쉽게도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작품입니다. ‘가모라’(조 샐다나 분)를 잃고 슬픔에 빠져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스타로드’ 피터 퀼(크리스 프랫)이 위기에 처한 친구 ‘로켓’(브래들리 쿠퍼)을 구하러 나서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행성 ‘노웨어’에서 살아가는 가오갤 팀과 주민들은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아담 워록(윌 폴터)의 습격을 받고 혼비백산합니다. 전투 과정에서 ‘로켓’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 생사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술에 빠져 살던 퀼은 로켓을 구하기 위해 가오갤 팀과 함께 이 위기의 원흉을 찾아 나섭니다.

영화는 단순히 히어로들이 악당을 물리치고 위기에 빠진 은하계를 구한다는 뻔한 스토리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의 주인공은 너구리 인간 로켓입니다. 로켓은 ‘89P13’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새끼 너구리였던 로켓은 완벽한 생명체로만 이뤄진 사회를 창조하려는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의 실험 탓에 사이보그가 됐습니다.

역시 실험의 희생양인 라일라를 비롯한 사이보그 동물들은 로켓을 돌봐주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각별한 친구 사이가 됩니다. 이들은 언젠가 완벽한 생물체들이 사는 세상에서 살 수 있다는 꿈으로 하루하루를 버티지만, 우생학 맹신자인 에볼루셔너리에 의해 꿈은 산산조각 납니다. 노웨어 행성을 찾아와 로켓을 공격한 워록도 에볼루셔너리의 지시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영화는 가오갤 팀이 로켓을 구하는 과정 곳곳에 그의 과거를 보여주는 플래시백을 집어넣었습니다. 담백한 연출로 로켓이라는 캐릭터의 서사에 서서히 빠져들 수 있습니다. 본성은 착하고 순진하지만 시니컬하고 화가 많은 로켓의 성격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로켓을 포함한 가오갤 팀은 어딘가 부족하고 모자라 보입니다. 대장인 퀼부터 이성보다 본능이 앞서는 사고뭉치입니다.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나무 괴물, 항상 분노에 차있는 우주 최강 빌런의 딸, 힘만 센 바보, 감정을 읽고 조종할 줄 알지만 순해빠진 달팽이 외계인까지. 하지만 이 오합지졸들은 서로를 도우며 한 팀이 됐을 때 누구든 상대할 수 있습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가오갤3’에서도 언더독인 가오갤 팀은 힘을 모아 절대강자인 에볼루셔너리를 철저히 물리치고 관객에게 쾌감을 선사합니다. 모든 주요 캐릭터의 매력과 능력이 골고루 빛나게끔 비중을 적절하게 조절한 점도 돋보입니다.

불우한 과거를 가진 로켓을 살려내려는 퀼과 동료들의 분투는 예상치 못한 감동을 안깁니다. ‘가오갤’ 시리즈 팬이라면 절규하는 크리스 프랫의 연기에 눈시울이 저절로 붉어지겠습니다. 우정과 가족애를 넘어 소외받는 이 없는 세상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달됩니다.

시리즈 특유의 유머 코드도 잃지 않았습니다. 진지해야 할 대목에서 실소하게 하는 대사들이 히어로들의 매력을 살립니다.

화려한 영상미는 눈을 즐겁게 합니다. ‘앤트맨3’가 그려낸 우주세계는 ‘스타워즈’와 유사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가오갤3’ 속 새로운 행성과 크리처들은 독창성이 있습니다. 가오갤 팀이 한 데 모여 싸우는 액션신은 애니메이션에서나 가능할 법한 역동성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끝내주는 OST의 향연은 ‘가오갤3’를 꼭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이유입니다. 강렬한 인트로가 인상적인 팝송들은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전환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 가사는 마치 로켓이라는 캐릭터를 위해 쓴 것 같습니다. “나도 특별했다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난 별종이야” “난 이 세상에 속해있지 않아” 등 쓸쓸한 가사를 들으며 힘없이 걷는 로켓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클래식 기타로 연주한 어쿠스틱 버전의 애잔한 분위기는 가사와 완벽히 들어맞습니다.

시리즈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은 지난달 18일 진행된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전편의 노래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이번에도 음악 선정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면서도 “‘가오갤3’에는 70~80년대 뿐 아니라 90년대 노래까지 다채롭게 담겼다. 역대급 플레이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희로애락을 모두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가오갤3’는 최근 공개된 ‘마블’ 히어로 영화 중 가장 완성도가 뛰어납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가장 재밌게 본 마블 영화”라는 평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영화의 쿠키 영상은 2개입니다. 12세 관람가지만, 조금은 징그러운 장면도 있습니다.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피의 게임2’. 웨이브 제공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피의 게임2’. 웨이브 제공

작정하고 내놓은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2’

‘피의 게임2’는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웨이브’(wavve)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리얼리티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전 농구선수 하승진, 인터넷방송진행자 ‘파이’ 외에도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승 경력자, 일본인 배우, 멘사회원인 모델, 세계 포커대회 1위, 서울대 의대생, 아나운서 등 다양한 배경의 플레이어 11명이 등장합니다.

기자는 사실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예능을 선호하기 때문에 평소 이런 유형의 프로그램을 애청하진 않습니다. ‘피의 게임’ 시즌1은 물론이고 유튜브에서 크게 히트를 친 ‘머니게임’도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피지컬100’을 꽤 재밌게 보고 서바이벌 예능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기자가 보기에 ‘피의 게임2’는 꽤 재밌었습니다. 조금은 섬뜩한 제목에 멈칫하게 될 수 있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1, 2화는 그리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대 3억 원의 상금을 내건 ‘피의 게임2’는 “매우 불공평하고 비합리적”인 게임이라고 자처합니다. 거짓, 배신, 음모, 정치 등 어떤 수단을 쓰든 살아남아야 하며, 자체 규칙을 위반하지 않는 한 모든 행동을 허용합니다.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피의 게임2’. 웨이브 캡처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피의 게임2’. 웨이브 캡처

1화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풀리는 자물쇠에 다리가 포박된 참가자들의 모습과 함께 시작합니다.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는 문제를 풀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사람은 생존하지만, 가장 늦게 도착한 참가자는 탈락 후보자가 됩니다. 퍼즐 유형의 게임을 함께 푸는 재미가 있습니다. 고학력자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의외의 인물이 먼저 해답을 찾습니다. 이 와중에 편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참가자도 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행동을 보여주는 데서 오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출연자 한 명 한 명의 개성과 매력도 뚜렷합니다.

게임은 발리의 대규모 저택에서 벌어집니다. 최하위 플레이어는 탈락후보가 되고, 고유의 데스매치 방식으로 최종 탈락자가 결정됩니다. 참가자들은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각자의 전략을 세웁니다. 서로를 설득하려는 ‘정치질’이 난무하는 가운데 어느덧 파벌이 형성돼 대립구도가 펼쳐집니다. 상대 집단을 설득하려 나선 참가자가 모순적인 주장을 펼치자 날카로운 지적과 반박이 이어집니다. 다소 격양된 분위기 속에 서로의 주장을 논파하는 ‘두뇌 최강자’들의 싸움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긴장감이 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은 MBC가 맡았지만, 지상파 특유의 시간을 질질 끄는 호흡과 전개는 볼 수 없습니다. 1화 종반부에 이미 한 명의 탈락자가 발생합니다.

‘피의 게임2’는 야생과 저택을 오가는 설정을 통해 게임의 흐름을 종잡을 수 없게 합니다. ‘더 지니어스1’ 우승자인 홍진호의 등장부터 게임의 규모가 확장됩니다. ‘야생 서바이벌’ 요소의 접목으로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는 대목도 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쇼케이스에서 현정완 MBC PD가 밝힌 ‘지하 구조’가 흥미를 더합니다.

3화부터는 격렬한 몸싸움으로 번지는 갈등을 예고해 시청자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피의 게임’2는 14부작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됩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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