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총선 일타강의] 원외 인사 “이번엔 설욕” vs 현역 “경선해도 자신”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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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총선 일타강의] (4) 4년 만의 공천 리턴 매치

지난 총선 치열한 공천 경쟁 재연
‘재심 소동’ 중영도 김비오·박영미
‘공천 번복’ 금정 백종헌·김종천
보수 독점 깨져 민주 경선도 주목

2020년 4월 15일 20대 총선에서 당선돼 방송 인터뷰를 하는 백종헌(왼쪽) 의원과 같은 해 4월 13일 부산 중구 국제시장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더불어민주당 김비오 전 중영도 지역위원장. 부산일보DB 2020년 4월 15일 20대 총선에서 당선돼 방송 인터뷰를 하는 백종헌(왼쪽) 의원과 같은 해 4월 13일 부산 중구 국제시장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더불어민주당 김비오 전 중영도 지역위원장. 부산일보DB

PK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거머쥐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당 공천장을 받느냐 여부다. 과거엔 보수정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통용됐지만, 20대 총선에서 보수 독점 구조가 깨지면서 이젠 민주당도 치열한 당내 경쟁이 예상된다. 4년 전 본선에 버금갈 정도의 공천 경쟁을 치렀던 선거구에서 ‘리턴 매치’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일부 지역에서는 ‘원외’에 남아있는 인사들이 “두 번의 패배는 없다”며 벌써부터 칼을 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중영도가 대표적이다. 21대 부산 중영도 지역 민주당 총선 후보는 부산 18명의 후보 중 가장 떠들썩한 과정을 거쳐 뽑혔다. 3명의 경쟁자가 후보 자격 박탈과 재심, 기사회생 등을 거치며 경쟁했다. 당시 경선에서는 김비오 전 지역위원장, 김용원 변호사, 박영미 지역위원장 등 3인이 공천장을 놓고 다퉜다. 당시 김비오 예비후보가 ‘권리당원 과다조회’를 이유로 자격이 박탈됐다가 재심 끝에 기사회생하면서 김용원·박영미 후보를 누르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후 본선에서는 패배했다.

‘문재인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몸집’을 불린 김비오 전 위원장은 내년 출마를 확정한 상태다. 그는 이달 17일 영도구에서 ‘흰여울 포럼’을 개소하면서 본격적인 표밭갈이에 나선다.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을 지낸 박영미 지역위원장(노무현재단 부산공동대표)도 지역 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다만 김용원 변호사는 얼마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이 되면서 윤석열 정부로 적을 옮겼다. 김 전 위원장은 “이번에는 경선 갈등 없이 민심에 기댄 깨끗한 레이스를 하기로 당내 인사들과 손을 맞잡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현역 백종헌 의원과 김종천 영파의료재단 이사장의 재격돌이 예고돼 있다. 지난 총선에서 금정 지역은 ‘공천 번복’이 이뤄질 정도로 경쟁이 격렬했다. 당시 현역이던 김세연 의원이 포진한 공천관리위원회는 백 의원을 배제한 채 김 이사장과 원정희 전 금정구청장을 경선에 붙였으나, 당 최고위는 직권으로 김 이사장의 공천을 무효화시켰고, 결국 백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방송 출연, 지역 음악회 주최 등 문화예술 활동을 중심으로 표밭 갈이에 집중하고 있다. 얼마 전 김 이사장이 주최한 지역 행사에 친윤(친윤석열) 실세인 장제원 의원이 참석한 사실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빚는 등 벌써 물밑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3년 전 동래에서는 김희곤 의원과 서지영 현 중앙당 총무국장이 국민의힘 공천장을 놓고 겨뤘다. 동래고 출신에 ‘박관용 국회의장 계보’인 김 의원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새로움과 패기를 앞세운 서 국장의 도전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경선은 4.4%포인트 차이로 승패가 갈렸다. 청와대 행정관과 당 원내대표 보좌역 등 중앙당 당료 생활을 오래 한 서 국장은 이후 3년 동안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중영도에서 출사표를 던진 곽규택 변호사는 경선 요구로 ‘삭발 투쟁’까지 나섰지만, 돌고 돌아 국민의힘 서동 경선에서 안병길 의원에 패했다. 곽 변호사는 그동안 변호사 활동에 전념했지만 박형준 부산시장 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로 이끌면서 존재감을 보였다. 그는 “아직 결정된 건 없다”면서도 “지역 상황을 죽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3인 경선에 나섰던 정오규 부산시당 생활정치혁신위원장도 재도전 준비를 하고 있다.

사하갑에서는 김척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과 김소정 부산시당 대변인이 재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10년 이상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김 위원장에게 저력이 있다면 김 대변인도 변호사 사무실을 사하 지역으로 옮기는 등 지역민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이 지역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을 지낸 경윤호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감사 등도 출마 예상자로 거론된다.

각 지역 현역 의원들은 “전략 공천만 아니라면 뭐…”와 같은 반응으로 당내 경선에는 자신감을 보였다. 한 현역 의원은 “공천은 경선이 원칙이고, 경선만 이뤄진다면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하면 된다”면서 “그동안 지역을 갈고 닦은 현역을 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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