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BIFF 공동 위원장 체제’ 전환 (종합)
연임 가능 위원장 임기 남았으나
비공개 임시총회 열고 안건 상정
운영위원장 자리 추가 선임 결론
이용관 이사장 측근 기용설 분분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비공개로 이사회와 임시총회를 열어 집행위원장에 준하는 운영위원장을 추가로 선임했다. 올해 영화제를 5개월 앞두고 이례적으로 공동 위원장 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BIFF 측은 위원장 업무를 분담하기 위한 인사라고 밝혔지만, 기존 집행위원장 임기가 남은 상황이라 석연찮은 배경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IFF는 9일 오후 5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조종국(58)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을 BIFF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위촉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기존 안건은 집행위원장을 추가로 선임하는 내용이었지만, 그 명칭은 운영위원장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조 신임 위원장은 씨네21 기자, 조우필름 대표, BIFF 기획실장, 부산영상위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임기는 3년이며 연임할 수 있다.
BIFF는 올해 영화제를 5개월 앞둔 상황에서 사실상 허문영·조종국 공동 위원장 체제로 전환됐다. 올 10월 제28회 BIFF를 ‘투톱 체제’로 치르겠다는 뜻이다. 2021년 3월 위촉된 허 집행위원장은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보장되고, 연임도 가능하다.
BIFF는 더 나은 영화제가 되기 위해 공동 위원장 체제를 택했단 입장이다. 임시총회에서 토론토 국제영화제가 집행위원장이 2명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BIFF 관계자는 “영화제 규모도 커진 상태에서 효율적인 업무 분담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BIFF 측에서 행정을 전담하는 위원장을 두고, 한 분은 해외 영화인을 많이 만나 좋은 작품 수급에 집중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BIFF 정관에 따라 2인까지 둘 순 있지만, 공동 위원장 선임은 이례적이다. 2007년 ‘김동호·이용관’, 2015년 ‘이용관·강수연’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 이후 처음이다. 고인이 된 강수연 배우는 2014년 촉발된 ‘다이빙벨’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당시 집행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임명한 적은 있지만, BIFF 정상화 이후로는 전례가 없었다.
일각에서는 BIFF 이용관 이사장이 내부 영향력을 높이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계에서 조 신임 위원장은 이 이사장과 가까운 인사로 꼽힌다. 그는 2017년 BIFF 정상화 관련 토론회에서 ‘김동호 이사장은 물러나고 이용관 위원장은 복직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조기 퇴진 의사를 시사하기도 했는데, 이번 변화를 계기로 다시금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 이사장은 2026년까지 연임이 확정된 상태다.
부산 영화계 인사 A 씨는 “많은 영화인이 보류나 철회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이 나왔다”며 “영화제가 위기도 아닌데 갑자기 공동 위원장이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