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주말] 봄에는 로맨스 영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롱디’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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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봄 날씨네.” 요 며칠 외출할 때마다 자주 하는 말입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꽤 쌀쌀하던 날씨가 5월 들어 확 바뀌었습니다.

따뜻한 봄에는 로맨스 영화가 어울립니다. 마침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에서 고전 명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업데이트 했습니다.

극장에는 한국 로맨스 영화가 걸렸습니다. 임재완 감독의 ‘롱디’도 관람했습니다. 각 영화의 매력 포인트를 짚어봤습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롱디’. (주)피터팬픽쳐스·뉴(NEW) 제공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롱디’. (주)피터팬픽쳐스·뉴(NEW) 제공

220분 대서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인생영화’ 꼽힐 만해

빅터 플레밍 감독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마가렛 미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촬영상, 각생상 등 총 10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영화를 보지는 않았어도 제목은 누구나 들어봤을 대표적인 ‘고전 명작’입니다.

90년대생인 기자도 사실 이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웨이브’에 새로 업데이트 된 영화에 이 작품이 포함돼 있습니다. 무려 22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에 잠깐 망설였지만, 많은 사람이 ‘인생영화’로 꼽는 이유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영화는 미국 남북전쟁 전후인 1860년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 타라 농장주인 오하라 가문의 장녀로, 이웃에 사는 애슐리 윌크스(레슬리 하워드)라는 청년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스칼렛은 당장 내일 자신의 사촌인 멜라니(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와 애슐리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아름다운 외모로 마을 청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칼렛은 자신의 고백으로 애슐리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애슐리는 결혼식 당일에 파혼할 정도로 이기적인 남자가 아니었습니다. 무역으로 부자가 됐지만 세평이 좋지 않은 북부 출신의 이방인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는 집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스칼렛의 고백을 듣게 됩니다.

얼마 못가 남북전쟁이 발발하고, 애슐리를 포함한 마을 청년들은 군에 소집됩니다. 고백을 거절당해 화가 난 스칼렛은 애슐리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청년 찰스의 청혼을 받아들였지만, 찰스는 전쟁터에서 병으로 죽습니다. 과부가 된 스칼렛은 어머니의 제안에 따라 애틀랜타로 가 멜라니의 가족과 함께 지내게 됩니다.

노예 제도와 귀족 문화가 남아있던 오만한 미국 남부의 군인들은 전쟁에서 연패하고, 북군은 무서운 기세로 영토를 점령합니다. 스칼렛은 레트의 도움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멜라니와 함께 고향 타라에 도착하지만, 진작에 북군이 쓸고 간 이곳은 폐허로 변해있습니다.

황폐해진 타라에서 가장 노릇을 하게 된 스칼렛은 “다시는 굶주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돈을 버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게 됩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주)피터팬픽쳐스 제공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주)피터팬픽쳐스 제공

한편, 레트는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스칼렛이 자신과 닮았다며 흠모합니다. 마음 속에 항상 애슐리를 품고 있는 스칼렛은 번번이 레트를 거절하지만, 구애가 계속되자 결국 결혼합니다.

두 사람은 예쁜 딸을 낳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듯하지만, 스칼렛의 마음에 여전히 애슐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레트는 분노에 휩싸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몇 차례 돌풍 같은 사건들이 몰아치고, 스칼렛과 레트 모두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집니다.

영화는 파란만장한 미국 근대사를 다루는 만큼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애틀랜타 대규모 화재 씬은 30년대 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스펙타클합니다. 눈을 즐겁게 하는 1800년대의 고풍스러운 의상들도 인상적입니다. 영화에서 비비안 리는 44벌, 클라크 게이블은 36벌의 각기 다른 옷을 입고 등장합니다.

무엇보다 시시각각 휘몰아쳐 종잡을 수 없는 서사와 주연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는 왜 이 작품이 ‘고전 명작’으로 꼽히는지 알게 합니다. 구시대적 명분보다 현실을 중시하는 주체적 여성이지만 인생의 모든 것을 뜨겁게 사랑하는 스칼렛은 2023년에 봐도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스칼렛 못지않게 이성적이고 열정적이지만 약한 면모도 있는 레트, 다정하고 친절한 멜라니도 관객의 마음을 앗아가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그건 내 알 바 아니오”(레트)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스칼렛)은 영화 최고의 명대사로 꼽힙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현대 들어서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미국 남부를 낭만적으로 묘사했다는 지적이 최근 미국 사회에서 공감을 얻은 바 있습니다. 지난달 외신에 따르면 출판사 팬맥밀란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최신판 서두에 이 책이 문제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경고문을 삽입하고 “우리 역사의 충격적이던 시절, 노예제의 공포를 낭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면서 “용납할 수 없는 관행, 인종차별적이거나 편견에 가득한 묘사가 담겼고, 주제와 캐릭터 표현, 언어, 이미지 등에도 문제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또 남성이 여성에게 강제로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을 사랑으로 그려내는 등 왜곡된 성인식을 심는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시대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옹호도 일견 설득력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유모 역을 맡은 해티 맥대니얼은 흑인 배우로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화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진취적인 여성으로 그려졌다는 점도 인식해야 하겠습니다. 스칼렛은 당대의 편견을 깨고 뭇 남성들보다 강한 의지로 살아남고 성장하는 인물입니다. ‘세계영화작품사전’에 따르면 원작 소설가인 마거릿 미첼은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그것을 이겨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가진 진취적인 성격이 있다.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롱디’. 뉴(NEW) 제공 영화 ‘롱디’. 뉴(NEW) 제공

연애물로 변한 ‘서치’?…새로운 시도 돋보이는 ‘롱디’

영화 ‘롱디’는 서른을 앞둔 5년차 커플 도하(장동윤)와 태인(박유나)이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다정하고 밝은 도하는 씩씩하고 시니컬한 매력의 밴드 보컬 태인을 언제나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알콩달콩 즐거운 연애가 4년이나 이어졌지만, 태인이 곡 작업을 하겠다며 거제로 내려가겠다고 선언하면서 두 사람은 ‘롱디’(Long distance: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됩니다.

마음이 여린 도하는 이사를 돕던 중 눈물을 보일 정도로 태인과 떨어지기 싫어합니다. 두 사람은 영상 통화와 SNS를 통해 매일 연락하며 마음만은 함께 합니다. 도하는 태인과 직접 만나게 될 5주년 기념일에는 청혼을 하리라 마음먹고 깜짝 이벤트를 준비합니다. 그러나 도하는 대망의 프러포즈를 앞두고 한 파티에 참석했다가 만취해 ‘블랙아웃’ 상태가 돼 버렸고, 두 사람의 사이가 급격히 틀어집니다.

기존 로맨스 영화와 ‘롱디’의 가장 큰 차별점은 연출입니다. SNS 라이브 영상, CCTV, 영상통화 등 모든 장면이 전자기기 화면으로만 구성돼 영화 ‘서치’를 연상시킵니다. 실제로 ‘서치’ 제작진이 영화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개봉한 ‘서치2’처럼 감각적이고 화려한 연출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화면 연결이 조금 어색하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작곡가의 신곡을 소개하는 인터넷 기사에 링크가 걸려 있는데, 링크를 클릭하자 바로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가 재생됩니다. 현실에서 이런 기사는 본 적이 없습니다.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아 순간적으로 몰입이 깨지는 대목입니다.

필요하지 않은데 굳이 영상통화를 하거나 SNS 라이브를 진행하는 장면들도 아쉽습니다. 도하와 태인의 사이를 갈라놓는 주범 제임스(고건한)가 등장하는 씬들이 어색합니다. 재수 없지만 돈 많은 유명인사인 제임스는 도하의 고객이자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합니다. 극중에는 도하와 제임스가 영상통화를 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사실 굳이 얼굴을 보고 얘기할 필요가 없는 상황입니다. 제임스의 실시간 인터넷방송에 달리는 댓글들은 현실감이 떨어집니다. 정신이 나간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인 ‘도랏맨’을 ‘돌았맨’이라고 쓰는건 처음 봅니다.

극중에는 분위기가 전환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제임스의 기행이 부른 오해로 갑자기 이별의 위기에 처한 도하가 태인이 숨겨온 비밀을 발견하면서부터입니다. 그런데 그 비밀을 알게 되는 과정도 조금은 어설픕니다. ‘서치’에서 온갖 신종 플랫폼서비스와 구글 검색 등을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아내지만, ‘롱디’에서는 단순히 하드디스크에 저장돼 있던 파일들을 통해 비밀을 파헤칩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무난한 편이지만, 마무리가 조금 급한 느낌도 듭니다. 또 로맨스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은 주연배우들의 연기에서 나오는데, 두 배우 모두 연기가 뛰어났다고 하기는 망설여집니다.

누구나 공감할 법한 오타와 같은 깨알 재미요소와 ‘온택트 롱디’라는 신선한 주제, 외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스크린라이프 연출 방식 자체는 호평 받을 만 합니다. 태인 역을 맡은 배우 박유나가 직접 부른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들도 아주 좋았습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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