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를 뻔… 통영케이블카에 무슨 일이?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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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서 13개 위법·부당행위 적발
부적격 업체와 수의계약해 공사비 부풀려

업무 담당한 공사 과장·팀장 중징계 요구
특별승인조건 위반에 ‘허가 취소’ 위기도
“적자 시설 정리, 조직 쇄신 노력 필요”

통영케이블카. 부산일보DB 통영케이블카. 부산일보DB

경남 통영시 지방공기업인 통영관광개발공사가 미륵산 케이블카 보수 공사를 부적격 업체에 맡기로 공사비도 부풀려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멀쩡한 케이블카 운영을 중단할 뻔한 중대한 법 위반 사실도 확인됐다.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공사 관리 체계에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의 ‘케이블 레저시설 안전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보면 통영케이블카는 2003년 1월 ‘준공 후 12년마다 ‘지삭’ 고정위치를 이동한다’는 조건으로 특별건설승인을 받았다. 지삭은 케이블카 차량을 매다는 금속 케이블이다. 이동 작업은 케이블 피로도를 감안해 시설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토대로 2007년 12월 공사를 끝낸 통영시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공사에 운영권을 넘겼다.

그런데 정작 공사는 이 조건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2021년 2월 한국교통안전공단 정기검사에서 뒤늦게 알게 됐고 그해 9월에야 지삭 이동 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이미 법적 정비 기한을 2년 6개월이나 넘긴 뒤였다. 때마침 교통공단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이 우연히 이를 포착했고 지난 9월 공사와 통영시를 상대로 추가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특별건설승인조건 위반과 함께 이동공사의 계약‧설계‧시공‧준공 전반에서 13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확인됐다. 궤도운송법은 허가기준 또는 승인기준에 미달하게 된 경우 허가 또는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멀쩡한 통영케이블카 운행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다급해진 통영시와 공사는 감사원 지적 사항을 수용하며 ‘허가 취소’는 면해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케이블카가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고용 창출, 허가 취소 시 시설물 철거와 신규 허가에 드는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허가 유지의 공익적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통영케이블카는 개통 이후 꾸준히 연간 탑승객 100만 명을 넘기며 국내 케이블카 산업의 ‘롤모델’이 됐다. 매년 통영시에 30억 원 안팎의 이익 배당을 안기며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2015년 누적 탑승객 1000만 명을 돌파해 ‘국민 케이블카’로 발돋움했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견되며 전국에 케이블카 붐을 일으켰다.

감사원은 “선처를 고려해야 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도 “승인조건을 이행해 더 이상 이용자의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을 때도 필요적으로 허가를 취소해야 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행정제재는 배제했다.


통영케이블카. 부산일보DB 통영케이블카. 부산일보DB

대신, 지삭 이동공사를 담당한 공사 과장과 팀장 2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정직, 파면, 해임이 중징계에 해당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두 직원은 삭도설치공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고 타인의 건설업 명의를 대여하도록 알선했다. 또 지삭 이동길이를 부족하게 설계‧시공해 추가 예산을 투입하게 하고, 공사비를 과다 산출해 업체는 부당 이익을 얻고 공사에는 손해를 입게 했다. 업체가 해외기술자 자문료를 허위로 정산해 편취하도록 돕기도 했다는 게 감사원 설명이다. 감사원은 “공사 후 안전검사(비파괴검사) 업무도 게을리 수행하는 등 비위의 정도가 심하다”고 짚었다.

공사는 “조만간 자체 징계위원회를 소집할 계획”이라며 “추가 보수공사, 공사비 환수, 무자격 업체 고발 등 감사원이 요구한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통영시는 현직 징계와 별도로 당시 상황에 책임이 있는 전임 사장과 본부장에 대해서도 요건이 된다면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사 운영과 관리 시설 전반에 대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가 출연한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실내수영장이나 ‘통영VR존’ 같은 적자 시설까지 무리하게 떠안은 데다, 그나마 수익을 내던 케이블카까지 내리막을 걸으면서 내부 관리 체계에 부하가 걸린 듯 하다”며 “조직 효율화를 꾀할 수 있도록 관리 시설을 정리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을 자발적인 쇄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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