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내리고 싶었다” 이유로
착륙 전 상공에서 ‘위험천만’
아시아나, 사고 좌석 판매 중단

착륙 전 상공에서 항공기 비상구를 연 혐의를 받는 이 모(33) 씨가 28일 구속됐다. 지난 26일 제주에서 출발해 대구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비상구가 착륙 전 열린 모습. 연합뉴스

착륙 중인 항공기 비상 출입문을 강제로 열면서 소동을 일으킨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사고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비상구 바로 앞 좌석 판매를 중단했다.

대구지방법원은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모(33)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26일 오후 제주공항발 아시아나 항공기가 대구공항에 착륙 직전 상공 약 213m에서 비상 출입문을 연 혐의(항공보안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이날 오후 1시 50분께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180cm가 넘는 건장한 체격의 이 씨는 검은색 복장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차림이었다.

대기 중이던 취재진이 사전 계획 여부 등을 묻자 이 씨는 “빨리 내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탑승객이 위험에 처할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냐는 물음에는 “(탑승 중이었던) 아이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답하고 청사로 들어갔다.

당시 비행기에 190여 명의 탑승객이 타고 있었다. 그중에는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제주도 초·중학생을 포함한 선수단 65명도 있었다. 이 중 비상 출입문과 비교적 가까운 좌석에 앉았던 선수 8명과 지도자 1명 등 총 9명이 메스꺼움과 구토, 손발 떨림 등을 호소해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충격을 받은 초등학생 선수 5명 등은 항공기 탑승에 불안감을 호소해 여객선을 이용해 제주도로 복귀할 계획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사고 이후 비상구 앞 좌석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8일 0시부터 A321-200 항공기의 비상 출입문 앞 좌석에 대해 전면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조치는 안전 예방을 위한 조치로 항공편이 만석이 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해당 좌석은 174석이 있는 A321-200 항공기(11대)의 26A 좌석과 195석으로 운용되는 A321-200 항공기(3대)의 31A 좌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운용하는 다른 항공기 기종은 종전처럼 비상 출입문 앞자리를 판매한다.

이번 조치는 일단 사고가 난 데 대한 대응으로 인한 임시조치로 보인다. 비상 출입문 앞에는 좌석이 통상 3개가 있기 때문에 바로 앞 좌석에 대한 판매 중단만 결정했고, 비상 출입문 앞 좌석은 항공기 비상시 승무원을 도와줘야 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다른 항공사들은 비상 출입문 앞 좌석 판매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