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청년 참여 유도 쉽지 않아”… 공감·상담 필요성 절감 [부산 고립청년 리포트]
[부산 고립청년 리포트] 상. 위닛캠퍼스 가 보니
부산경제진흥원 청년 지원 사업
전국 최초 장기 프로그램 도입
자신감 회복·진로 탐색 등 교육
80% 수강 땐 월 50만 원 제공
“같은 어려움 겪는 사람 만나니
인간에 대한 이해 폭 넓어져”
지난 2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청년두드림센터. “시리아 대통령의 이름은 바샤르 알 아사드입니다.” 학생들이 입을 모아 화면에 뜬 문장을 읽자, 아이폰의 인공지능 음성 인식 비서 ‘시리’가 작동해 강의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여느 대학가의 강의실이라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이곳에서 청년 17명은 이날 열린 ‘보이스 트레이닝’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이 강의는 부산경제진흥원이 운영하는 청년 도전지원 사업 ‘위닛캠퍼스’ 프로그램 중 하나다.
■부산의 첫 도전 ‘장기 지원’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청년 지원 정책 사업이 부산에서는 ‘위닛캠퍼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구직 단념 청년, 보호종료아동 등 자립 준비 청년, 청소년 쉼터 등 입·퇴소 청년, 북한 이탈 청년이 대상이지만 참여하는 청년의 대부분은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한 적이 없는 구직 단념 청년이다.
‘위닛캠퍼스’는 함께 엮어나간다는 뜻의 ‘We knit’과 교육의 장인 캠퍼스를 합친 말이다. 지난해는 1개월 단기 프로그램 이후 3개월 동안 사후 관리를 했다면 올해는 5개월 동안 진행 후 3개월간 사후관리를 하는 장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런 확대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예산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7기까지 운영하면서 예산은 3억 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13억 3500만 원(국비 12억 4200만 원, 시비 9300만 원)으로 늘었다. 장기 프로그램인 위닛캠퍼스 플러스 150명, 단기 프로그램 위닛캠퍼스 90명 등 지역에서 만 19~34세 청년 총 240명을 돕는다.
부산경제진흥원 권재현 일자리기획팀장은 “지난해 프로그램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올해 예산이 늘어 장기 프로그램 도입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밀착 상담에서 출발해 자신감 회복, 진로 탐색, 취업 역량 강화 등으로 과정을 꾸렸다. 하지만 위닛캠퍼스의 최종 목적은 청년 취업이 아니다. 고립청년이 다시 사회에 발을 내디딜 수 있게 손을 내미는 것에 가깝다. 고립청년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매달 프로그램 80% 이상을 수료하면 지원금 50만 원을 제공한다. 지난해 20만 원에서 늘어났다.
위닛캠퍼스를 운영하는 실무자들은 그만큼 고립청년을 참여하게 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7기까지 운영된 지난해의 경우 기수마다 스스로 프로그램 참여를 포기한 중도 탈락자가 1~5명씩 나왔다. 부모나 지인의 권유로 프로그램에 등록했다가도 다시 고립의 길로 돌아서는 청년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즐거움 오랜만에 느껴”
고립청년 C(29) 씨와 D(33) 씨는 올해 위닛캠퍼스 플러스 1기생으로 3개월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프로그램 중 가장 와닿는 활동을 꼽아달라고 하자 둘은 입을 모아 ‘소셜 다이닝’이라고 답했다.
지난 3월 소규모 그룹이 함께 비건 요리를 만들어 낙동강 변 공원으로 피크닉을 떠났다. C 씨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각종 강의 중에는 유익한 것도 있지만, 솔직히 흥미도는 떨어진다. 다 같이 직접 손으로 요리하면서 즐겁다는 감정을 오랜만에 느꼈다”면서 “인생 첫 피크닉이었는데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행복했고 사람 관계의 소중함을 느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D 씨는 “나 역시 소셜 다이닝과 피크닉이 참 좋았다. 소셜 다이닝을 위해 진행한 그룹 밀착 상담이 기억에 남는다”며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다 보니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사람을 대할 수 있는 용기가 다시 생겼다”고 설명했다.
배경, 학력, 성, 경제적 사정까지 고립 이유는 모두 다르지만, 청년들은 고립 당시 느꼈던 우울감과 허무감, 좌절의 경험을 안고 위닛캠퍼스에서 만나 의지할 수 있는 동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C 씨는 “솔직히 처음에는 5개월이 길다고 생각했다. 매달 50만 원을 주니 편하게 하자고 마음먹었다”면서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나 자신을 알게 됐다. 돈보다 중요한 것을 깨달아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D 씨는 “구직 단념의 단계에 접어들기 전 취업 준비에 한창인 대학 3~4학년을 대상으로 비슷한 종류의 청년 지원 사업을 실시하면 좋을 것 같다”며 “취업 목적의 훈련이 아닌 밀착 상담과 관계 지향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이 세상에 나아가기 전에 ‘삐끗’해도 괜찮다고 어깨를 두드려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