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성폭력 의혹’ 악재… 4개월 앞둔 영화제 ‘초비상’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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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꼬이는 BIFF 사태

의혹 보도 확인 위해 진상조사 논의
조종국 사퇴, 다음 이사회 때 확정
영화계 “이용관, 혁신위 손 떼야”
인사 관행 등 총체적 쇄신 목소리

3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집행위원장실 앞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3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집행위원장실 앞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국제영화제(BIFF)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31일 복귀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올해 영화제 개최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허 위원장의 성폭력 의혹까지 제기되며 BIFF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날 허 위원장과의 면담을 추진했던 이용관 BIFF 이사장과 남송우·이청산·허은 등 이사 3인은 이날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BIFF 측은 이날 “허 위원장이 복귀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면담하기로 했으나 복귀가 힘들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며 “이사진이 급변한 사안에 대처하기 위한 사항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조 사퇴, 다음 이사회서 결정”

BIFF 이사진 4인은 31일 자체 회의 후 “허 위원장 개인 문제가 제대로 밝혀질 때까지 복귀를 기다리기로 하고, 사표 수리는 그때까지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복귀 면담 당일 성폭력 의혹 보도가 나온 상황이라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뒤이어 “올해 영화제 준비를 위해 필요한 긴급사항들은 2일 개최 예정인 이사회에서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사 A 씨는 “오늘은 허 위원장 복귀에 초점을 맞춘 자리였기에 조종국 위원장 사퇴 문제는 다음 이사회에서 다루게 될 것”이라며 “앞서 조 위원장에 사퇴를 권고한 만큼 다음 이사회 때는 이사회 차원에서 결정을 지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 최측근인 조 위원장은 지난달 9일 BIFF ‘공동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영화계에 논란을 일으켰고, 사실상 이에 반발한 허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사의를 표명했다.

다음 이사회에서는 지난 회의에서 출범을 예고한 혁신위원회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허 위원장 성폭력 의혹 보도에 대한 내용도 언급될 예정이다. BIFF 이사진은 “혁신위원회 구성과 기능을 논의하는 동시에 현안의 진상조사를 포함한 BIFF가 안고 있는 현재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해 확정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BIFF 이사진에 보낸 문자 메시지. 김종진 기자 kjj1761@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BIFF 이사진에 보낸 문자 메시지. 김종진 기자 kjj1761@

■거세지는 쇄신 요구

약 4개월 남은 올해 영화제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영화제 개최를 못할 정도로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집행위원장 경험이 있는 이용관 이사장이 연말까지 업무를 이어가기로 했고,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영화 선정 등의 업무를 이어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BIFF 남송우 이사는 이날 “영화제 직원들이 하나로 힘을 합치면 충분히 영화제는 개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이사장은 올해 영화제까지만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기 때문에 혁신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다른 사안에는 손을 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혁신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폭넓은 인사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화·영상도시 실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혁신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사항은 BIFF 내부뿐 아니라 영화인, 시민사회와 함께 조속하게 간담회를 열어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BIFF에 대한 쇄신 요구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사)여성영화인모임 김선아 대표는 “내 사람을 앉히는 인사 관행에서부터 전체적인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영화인들의 지지가 허 위원장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던 만큼, 나머지 조 위원장 사퇴를 비롯한 조치를 그대로 취하고 올해 영화제를 잘 치르는 게 맞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역의 영화계 인사 B 씨는 “허 위원장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는 판단이 필요하지만, 사실이라면 이 역시 개인적 문제뿐 아니라 BIFF 조직 전체의 문제가 된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임원들이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일간스포츠'는 31일 허 위원장 면담 직전 그가 수년 간 BIFF 직원 C 씨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허 위원장은 이날 불거진 성폭력 의혹 보도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며 "아무 선택도 말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퇴를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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