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깬다며 수도권 간 지역위원장… 경남 민주 ‘어수선’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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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고성 ‘친명’ 양문석 경기도행
전해철 깨겠다며 위원장직 물러나
사천남해하동 여당 현역 공백에도
황인성·제윤경 등 출마 의지 약해
전략지 적임자 없어 비워두기까지
내년 총선 의석 확장 불투명 우려

사진은 민주당 양문석 전 통영고성지역위원장. 부산일보DB 사진은 민주당 양문석 전 통영고성지역위원장. 부산일보DB

경남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출마가 유력했던 지역위원장이 돌연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동부경남 전략지역에서도 적임자를 찾지 못해 지역위원회를 장기간 비워두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다. 현재의 현역 3인 지역구 수성에 더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세를 확장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내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민주당 양문석 전 통영고성지역위원장은 지난 5일 “민주당에 치명적인 반개혁세력인 ‘수박’의 뿌리를 뽑아버리겠다. 수박 자체를 깨뜨려 버리겠다”며 “당원과 싸우는 민주당 소속 3선 국회의원 전해철(경기 안산상록갑)과 싸우러 간다”고 경기도 출마를 선언했다. 친명(친이재명)계인 자신이 이재명 대표 체제를 흔드는 비명계인 전 의원을 ‘응징’하기 위해 지역구를 옮기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양이원영 의원 등 친명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비명계 현역 지역구를 파고드는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다. 통영고성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2번 출마하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경남도지사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양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로서 한계가 드러났다”며 위원장 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지역 민주당 내 유력 인사가 상대적으로 당선이 용이한 수도권으로, 그것도 당내 계파 갈등의 틈을 타고 지역구를 옮기려는 데 대한 지역 내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해 양문석 도지사 후보 상임선대위원장을 지낸 신상훈 전 경남도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회의원을 지역구별로 선출하는 것은 지역 발전도 함께 고민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부산권과 인접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전략지역으로 꼽히는 창원 진해구는 지역위원장이 수개월째 공석이다. 3년 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1.36%포인트 차로 석패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지역위원장을 맡았던 이 지역은 황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 국가보훈처장으로 임명되면서 경남도의원 출신들이 업무를 대행했지만, 황 전 총장 복귀에 앞서 임시위원장이라는 시각이 많았고 실제 전임 김진옥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 머물고 있는 황 전 총장은 출마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경남도당위원장인 김두관 의원이 최근 황 전 총장 복귀 의사를 타진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인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무소속 신분이 되면서 민주당으로선 공략의 적기를 맞은 사천남해하동은 지역위원장을 맡았던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현 위원장인 제윤경 전 의원 모두 출마 의지가 약해 총선 자원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 성산은 21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승부의 최대 변수인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지역에는 민주당에서 허성무 전 창원시장이, 정의당에선 여영국 전 의원이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데, 두 사람 모두 ‘체급’이 만만치 않고 양당 관계가 틀어진 상황이라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갑 지역은 민주당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곳으로 꼽히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의 벽을 넘어서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역 내 시각이 적지 않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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