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주말] 변신에 집중한 ‘트랜스포머’…이색 드라마 ‘바라쿠다 퀸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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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3’가 극장가를 휘어잡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뒤 9일 현재까지 연일 예매율 1위를 지키며 64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습니다. 그동안 부진한 성적을 거뒀던 한국 영화들이 ‘범죄도시3’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올빼미’ 이후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한국 영화는 ‘범죄도시3’가 유일합니다.

이런 가운데 ‘트랜스포머’ 시리즈 7편인 ‘비스트의 서막’이 지난 6일 개봉해 ‘범죄도시3’ 견제에 나섰습니다. 같은 날 넷플릭스에 공개된 드라마 ‘바라쿠다 퀸스’를 포함한 두 작품을 평범한 영화 팬의 시선에서 감상했습니다.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과 넷플릭스 드라마 ‘바라쿠다 퀸스’. 롯데엔터테인먼트·넷플릭스 제공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과 넷플릭스 드라마 ‘바라쿠다 퀸스’. 롯데엔터테인먼트·넷플릭스 제공

90년대로 돌아간 ‘트랜스포머’…나쁘지 않은 새로운 시작

기자가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생 때였습니다. 2007년 개봉한 트랜스포머 1편이 보여준 화려한 영상미는 당시엔 혁신적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 기자가 가장 좋아하던 밴드 ‘린킨파크’(Linkin Park)의 명곡 ‘왓 아이브 던’(What I've Done)이 흘러나와 특히 반가웠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자는 성인이 됐고, 트랜스포머 시리즈도 무려 7편까지 제작됐습니다. 지난 6일 개봉한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이하 ‘비스트의 서막’)은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입니다. 1994년을 배경으로 하는 리부트작인 만큼, 기존 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이라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서사는 역시 단순합니다. 지구를 파괴하려는 악의 무리로부터 ‘오토봇’과 동료들이 맞서는 내용입니다. 전작에서 악당 ‘디셉티콘’이 ‘매트릭스’나 ‘큐브’와 같은 에너지원을 차지하려 했던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지구에 숨겨진 ‘트랜스워프’를 놓고 선과 악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트랜스워프는 우주의 시공간을 여는 열쇠입니다. 우주를 지배하기 위해 행성을 통째로 파괴하는 절대자 ‘유니크론’은 그의 부하 로봇들인 ‘테러콘’을 통해 트랜스워프를 손에 넣으려 하지만, 지구에 피신해 있던 오토봇과 ‘맥시멀’ 종족이 인간과 함께 저지에 나섭니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 ‘맥시멀’은 고릴라, 치타, 독수리, 코뿔소 등 동물의 형상을 한 로봇 종족입니다. 대다수 관객에겐 낯설겠지만, 트랜스포머 원작 애니메이션인 ‘비스트 워즈’에 등장했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합니다. 스크린에 구현된 동물형 트랜스포머들은 전작에서 짧게나마 볼 수 있었던 공룡형 로봇들처럼 동심을 자극합니다.

캐릭터 변화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신예 감독인 스티븐 케이플 주니어는 ‘비스트의 서막’에서 ‘다양성’에 집중했습니다.

그간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여성 주인공은 전형적인 미인상이거나 백인이었는데, 이번 작품의 주연 엘레나(도미니크 피시백)는 보다 친숙하고 평범한 외모의 아프리카계 흑인입니다. 샤이아 라보프, 마크 월버그 등 백인 스타가 도맡았던 남성 주인공도 라틴계 신인배우(앤서니 라모스)로 바뀌었습니다. 다양성은 로봇 진영에도 반영됐습니다. 맥시멀과 오토봇, 테러콘 모두 여성적인 목소리를 내는 팀원이 있습니다.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새로 선보인 로봇들은 강력한 힘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메인 빌런인 테러콘 리더 ‘스커지’는 오토봇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을 손쉽게 제압합니다. 맥시멀 종족도 그에 못지않은 전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종반부에 페루 고원지대에서 오토봇과 맥시멀, 테러콘이 뒤엉켜 펼치는 대규모 전투 장면은 꽤 스펙터클합니다. 또 영화 곳곳에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기법인 ‘점프 스케어’를 적절히 활용해 적당한 긴장감도 선사합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위기·갈등 상황에서 남자 주인공 ‘노아’를 설득하고 힘을 불어넣는 장면들이 다소 작위적이고 진부합니다.

‘불쾌한 골짜기’도 호오를 가를 요소입니다. 털까지 달린 맥시멀 로봇들이나 지나치게 인간을 닮은 얼굴을 한 오토봇에서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철판으로 된 로봇의 얼굴에 부드러운 입술까지 표현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악당인 테러콘이 패배하는 과정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유니크론’에게서 얻은 어둠의 힘으로 매우 강력하다는 설정이고, 실제로 극 초반에는 오토봇이 테러콘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오토봇이 쏘는 무기는 장난감 총처럼 ‘삐용’ 소리를 내는데, 테러콘의 무기에선 묵직한 자주포 소리가 납니다. 그러나 오토봇 진영은 무기나 장비를 강화하는 등의 변화를 주지 않고도 결국 테러콘을 어렵지 않게 무찌릅니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습니다. 고릴라를 닮은 로봇 ‘옵티머스 프라이멀’이 이끄는 맥시멀의 활약이 그리 대단하지도 않습니다.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된 ‘인간의 활약’에 대해선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지만, 개연성이라는 숙제를 풀지는 못했습니다. 노아와 엘레나는 트랜스워프를 추적하거나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과정 등 주요한 순간마다 큰 역할을 해냅니다. 그러나 애초 두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오토봇과 함께 지구를 지키려는 이유가 빈약합니다. 오토봇과 맥시멀이 그토록 소중한 트랜스워프를 굳이 전투력도, 기동력도 현저히 떨어지는 인간들에게 맡기는 이유도 의문입니다.

또 노아는 극의 클라이막스에서 아주 강력해지는데, 그의 모습이 마블 영화의 히어로를 연상시켜 뜬금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이는 원작을 충실히 고증한 것이긴 하지만, 원작을 모를 대다수 관객 입장에선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깨알’ 유머 요소는 제법 활용을 잘 했습니다. 전작 주인공인 마크 월버그를 이용한 농담이나, 범블비가 내뱉는 명화 속 명대사 등이 소소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인간과 친해지고 싶어하는 유쾌한 말썽꾸러기 오토봇 ‘미라지’는 ‘범블비’와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신나는 힙합 음악과 트랜스포머 특유의 웅장하고 묵직한 효과음은 티켓값을 아깝지 않게 합니다.

리부트 된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또 다른 세계관으로 확장될 예정입니다. 속편을 예고하는 쿠키 영상은 1개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바라쿠다 퀸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바라쿠다 퀸스’. 넷플릭스 제공

노르딕 ‘방탕소녀단’ 이야기…‘바라쿠다 퀸스’

지난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바라쿠다 퀸스’는 실화에 바탕을 둔 범죄 드라마입니다. ‘퀵샌드: 나의 다정한 마야’(2019)를 작업한 카밀라 알그렌이 각본을 맡았고, 아만다 아돌프손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드라마 제목인 ‘바라쿠다 퀸스’는 1995년 스웨덴 유르스홀름의 부촌에서 친하게 지내던 10대 여성 패거리를 가리킵니다. 이들은 보스타드 지역에서 화려한 일탈을 즐겼다가 17만 5000크로나(한화 약 2090만 원)의 빚더미에 앉게 됩니다. 소녀들은 부모 몰래 빚을 해결하기 위해 부자 이웃집들을 털기로 합니다.

흥미로운 시놉시스를 접하고 직접 감상해본 ‘바라쿠다 퀸스’는 예상보다는 가볍고 코믹했습니다. 긴장감을 안기는 범죄 스릴러와는 거리가 멀고, 연애와 우정, 가족 등 일상적인 주제를 다뤄 하이틴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1편당 30분 안팎의 6부작으로 제작한 것치고는 전개도 느린 편입니다.

이야기 흐름은 이렇습니다. ‘바라쿠다 퀸스’의 롤로(알바 브라트), 클라라(틴드라 몬센), 프리다(산드라 주보비치), 미아(테아 셰르네)는 새로 이사 온 아미나(사라 구스타프손)의 집을 첫 범행 대상으로 삼습니다. 이들은 계획이 틀어져 집을 터는데 성공하지 못하지만, 아미나는 오히려 무리에 합류하고 싶다고 밝힙니다.

이후 아미나까지 가세한 ‘바라쿠다 퀸스’는 마을 곳곳의 부잣집들을 털고 다닙니다. 훔친 미술품이나 귀중품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지만, 자신들에게 상처를 주고 함부로 대한 남자들에게 복수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스릴을 경험한 소녀들은 점차 대담해져 본격적으로 연쇄 절도범이 됩니다.

드라마는 겉으로 보기엔 무서울 것 없는 비행 청소년들의 범죄를 다루고 있지만, 한편으론 여자라서 당하는 차별이나 피해도 다룹니다. 성차별적 발언, 성추행, 성폭력의 온상이던 90년대 스웨덴 사회를 직격했습니다. 반대로 경찰은 부촌에 사는 10대 소녀들이 범인일거라곤 생각하지 못하고 수사에 난항을 겪습니다.

‘바라쿠다 퀸스’는 연출이 우수하거나 시나리오가 치밀한 웰 메이드 드라마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핵심 소재인 범죄 과정은 허술하고, 소녀들의 일탈 장면에서 대리만족이나 쾌감을 느끼지도 못했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이유 중 하나인 불륜 장면들은 시청자 성향에 따라 불쾌감을 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범행 과정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결말 등 다음 회차가 궁금해지게 하는 묘한 매력은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영화 정보 모음 사이트인 ‘IMDB’에서 한 시청자는 “괜찮은 드라마였다. 놀랄 만한 재미를 주지는 못하지만, 줄거리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추천할 만 하다”면서 “전체 러닝타임이 짧아 각 캐릭터에 충분히 동화되기 어려웠다. 각 인물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시즌 2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평을 남겼습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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