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산의료원 기능과 역할, 민관 함께 논의해야”
시민건강포럼서 민관 참여 TF 등 제안
장애인·이주민·노동자 진료 강화 요구도
용역 보고서 투명한 공개 요구도 이어져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 중인 서부산의료원이 공공의료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 논의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또 공공병원으로서 부산의 장애인·이주민·노동자 등의 진료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부산시의회 반선호 의원과 건강사회를위한 치과의사회 부산지부 등 7개 단체는 지난 9일 오후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서부산의료원 설립과 부산지역의 과제’라는 주제로 올해 첫 시민건강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는 부산대학교 김창훈 의과대학 교수가 ‘지방의료원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김 교수는 현재 서부산 권역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에 대해 언급하며, 서부산의료원이 공공보건의료 벨트의 한 축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부산의료원을 건립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서부산의료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서는 서부산의료원이 시민의 열망과 요구, 필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추진위원회’나 ‘추진단’과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도 비슷한 제안이 나왔다. 복지포럼공감 박민성 사무국장은 침례공원 공공병원화를 위해 TF팀이 구성됐듯, 서부산의료원에도 민관이 참여하는 TF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국장은 “서부산 의료원 건립은 <부산일보>의 ‘건강최악도시 부산’ 기획 기사 등을 통해 부산 내 건강 격차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부터 시작됐다. 현재 추진 중인 서부산의료원이 공공의료 부족, 건강최악도시 부산, 건강격차 해소 등의 목적에 맞춰 추진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면서 “서부산의료원의 시작이 시민사회의 보건의료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부터 시작된 만큼, 서부산의료원을 단순히 시의 책임으로만 둘 게 아니라 민관 모두의 뜻이 담긴 곳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부산의료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진료 여건이 열악한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를 갖춰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부산경남지부 박인순 공동대표는 “중증 장애인은 치과 치료를 받으려면 전신마취를 해야해 전담 병원이 필요하다. 부산대병원에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있지만, 대기환자가 너무 많다보니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현재 시가 추진 중인 시립장애인 치과병원과 더불어 서부산의료원에도 장애인 치과 진료가 가능한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서부산의료원이 이주민·노동자가 많은 서부산 지역의 특성을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사)이주민과 함께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이주민 33.4%는 서부산에 거주하고 있다. 서부산권역은 이주노동자의 일터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사)이주민과 함께 정지숙 상임이사는 “서부산의료원이 이주민의 진료와 만성질환 관리, 복약지도를 할 수 있는 1차 의원 겸 건강증진센터 기능을 하는 이주민 공공의료 거점병원이 되어주길 바란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의료통역지원센터도 필수적”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플로어에서 의견을 개진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숙견 상임활동가는 “서부산의료원은 공단 인근에 위치해 있고, 대부분이 소규모 사업장이다. 최근 중대재해도 많이 발생하는 만큼, 서부산의료원이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관리한다면 좋은 체계가 마련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경기도 파주와 수원 등에서는 공공병원이 노동자를 상대로 하는 주치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부산시의회 반선호 의원은 서부산의료원 추진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의원은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병원 확충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못하고 시민들과 협력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본다”면서 “지역의 보건의료 상황이 나쁘고 공공의료에 대한 필요성과 기대가 높은 만큼, 한 방향으로만 정책이 추진되어서는 안된다. 시민들의 욕구와 전문가들의 냉철한 진단, 투명성과 민주성 등을 반영한 건강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서부산의료원 관련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는 점을 두고 질타도 이어졌다. 시는 지난달 의료운영체계 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마무리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행정 절차 등이 남아 있어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현재 용역 결과 등을 토대로 서부산의료원의 운영 방안에 대해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단계다. 시민사회에서도 의견을 주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