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물 건너가는 듯한 부산·경남 행정통합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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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중서부경남본부장

추진위 구성 후 두 차례 토론회 개최
지역 격차 심화 가능성에 동력 잃어
수도권 대응 출발 불구 전망은 달라
통합효과 양 시·도 온도차도 엇갈려

부산과 경남의 민선 8기 역점과제로 등장했던 행정통합 논의가 물 건너가는 듯한 모양새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지난달 말과 이달 초 2차례에 걸쳐 각 지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씩을 대상으로 행정통합에 대한 인지여부와 찬반의견 및 사유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양 시·도는 주민 뜻을 확인해 향후 행정통합 절차와 추진여부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조사결과는 나왔지만, 발표는 안 한 상태다. 시들해진 통합논의에 다시 불을 붙일 만큼 찬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부산·울산·경남을 아우르는 초광역 특별지방자치단체(메가시티) ‘부울경 특별연합’이 무산된 후 부산과 경남이 별도로 추진해온 행정통합 논의가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지난해 말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제안하고 박형준 부산시장이 호응해 논의가 시작했다. 부산과 경남은 올해 2월 실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행정통합 추진계획을 짰다.

제안자인 경남도는 행정통합 목적을 ‘실익’을 찾는데서 출발했다. 경남도 싱크탱그인 경남연구원은 지난해 경남공감 10월호에서 지역간 협력은 수도권 집중화를 극복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룩하는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며 ‘그 길을 경남도가 앞장서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춰 경남 서부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도 행정통합 논의에 찬성한다는 성명서를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통합될 경우 부산을 비롯한 동부경남에 치우처친 인구와 산업시설이 낙후된 서부경남 발전을 견인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4월 27일 경남도청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과 관련된 첫 토론회를 개최했고, 지난달 15일에는 부산시청에서 2차 토론회를 열어 공론화에 나섰다.

1차 토론회는 성공적인 행정통합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제시되는 등 희망적이었다. 그러나 2차 토론회는 수도권 집중에 맞서는 메가시티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행정통합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갈수록 비대해지는 수도권에 대응해야 한다는 출발은 같았지만, 결과는 동상이몽이었다. 통합효과에 대한 양 시·도의 온도 차는 확연하게 달랐다. 특히 부산연구원의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의 선결요건과 방향’이라는 발제문은 경남 입장에서 충격적이었다. 서부경남 주민의 기대와는 정반대 결과가 제시됐기 때문이다. 통합이 이뤄지면 지역균형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온다는 분석이다. 현행 1인 1표의 민주정치 의사결정 관점에 볼 때, 통합 그 자체가 낙후지역에 유리하지 않다는 논리다. 경남 내에서도 인구 비중이 낮은 서부경남이 부산과 통합할 경우 더 낮아져 균형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합될 경우 서부경남 인구 비중은 23.2%에서 11.5%로 감소(11.7%P)하는 반면, 김해와 양산 등 경남 동부지역이 가세하는 부산권은 현재 27.1%에서 63.4%로 높아진다는 예측이다. 발제자는 “행정통합의 효과로 균형발전을 들고 있지만, 통합 그 자체만으로 쉽지 않고, 오히려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0년 창원·마산·진해시가 하나로 통합된 창원시의 효과에 대한 분석은 더 충격이다. 인구 100만이 넘는 통합인데다 부산과 경남이 모델로 삼는 유형이다. 박 도지사가 창원시장 시절 통합을 이뤄낸 주역이다. 하지만 통합 이후 경제규모나 인구가 쪼그라들었다는 분석이다. 통합 직후 110만까지 증가하다가 이후 10년째 감소세다. 지난달 말 기준 101만 5361명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안에 100만대로 진입해 2024년에 100만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통합이 무작정 시너지를 주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가 됐다.

행정통합 효과분석과 별개로 여론도 미지근하다.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토론회는 참석자 수 등을 감안할 때 양쪽 주민의 관심을 끄는 데 한계를 보였다. 일부에선 “다 된 밥이었던 특별연합도 뭉갰는데 법적 근거도 없는 행정통합이 되겠느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또 통합 논의의 접근 방식과 추진 주체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통합의 선결요건에 담길 내용이나 통합모형없이 출발한데다, 행정기관 중심으로 추진하다보니 주민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 부산시는 2030 엑스포 유치라는 현안에 매몰돼 통합논의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남도는 특별연합 좌초 책임을 물타기 하려고 되지도 않을 행정통합을 제안했다는 말도 나온다. 지역소멸을 막고, 날로 비대해지는 수도권에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특별연합에 이어 행정통합도 물거품으로 변하고 있다.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이 웃고 있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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