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구의회, ‘욕설 의장’ 감싸기 급급
정명규 의장, 동료 의원에 욕설
약식기소 불복해 정식재판 청구
사건 후 8개월간 윤리위 안 열려
주민·시민단체, 징계 촉구 나서
부산의 한 기초의회 의장이 지역축제가 열리는 행사 자리에서 동료 의원을 상대로 욕설을 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주민, 시민단체는 구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장직 사퇴와 구의회 차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15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동래구의회 정명규 의장은 여성인 동료 의원 A 씨에게 욕설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의장은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9시께 동래구 명륜동에서 열린 ‘동래읍성 역사축제’에 참석해 술을 마시던 중 A 의원에게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내뱉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A 의원을 팔로 밀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정 의장을 모욕, 폭행죄로 약식기소했다. 부산지방법원은 정 의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지난 4월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정 의장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지난달 19일 첫 공판을 진행한 정 의장은 다음 달 두 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렇듯 기초의회 의장이 형법을 위반해 법원 약식명령까지 받았지만 동래구의회는 사건 발생 8개월이 지나도록 윤리특별위원회조차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품위를 손상한 기초의원의 경우 윤리심사 대상이 되고 윤리위 심사를 거쳐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윤리위는 심의를 거쳐 대상자에게 경고,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동래구의회에는 의원 5명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가 있지만 이들은 정 의장이 폭행 사실에 대해 부인 중이고 윤리위를 개최할 사안인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 의장을 감싸는 모양새다.
구의회 관계자는 “윤리위는 의원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열리게 돼 있는 만큼 윤리위 개최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의회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어 개최 여부를 아직 확정 짓지 못했다” 면서 “A 의원의 의사를 묻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동래구 주민, 시민단체는 정 의장의 의장직 사퇴와 구의회 차원의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여성의전화, 노동인권연대,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등 40여 개 단체는 이날 오전 동래구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의장의 의장직 사퇴와 윤리위 징계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 의장은 법원으로부터 약식명령을 받았음에도 지금까지 피해자에게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고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까지 청구했다”면서 “여전히 동래구의회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전혀 알지 못하고 반성하는 태도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원에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고 국민의힘 부산시당 차원의 대응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A 의원을 폭행한 사실은 없고 이를 밝히기 위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것"이라면서 "사건 직후부터 여러 차례 사과의사를 밝혔음에도 A 의원이 이를 거부해왔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