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문화회관 관장 선임, 개방직 공모 취지 어디 갔나?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금정구, 새 관장 임용 예정자에
구의원 출신 기업인 이름 올려
예술행정가 후보들은 ‘낙마’
“공무원 임용과 뭐가 다른가”
지역 문화예술계 우려의 시선

금정구가 개방형 직위 공모 취지에도 불구하고 구의원 출신 전기사업자를 금정문화회관장에 임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부산 문화예술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금정문화회관 전경. 부산일보DB 금정구가 개방형 직위 공모 취지에도 불구하고 구의원 출신 전기사업자를 금정문화회관장에 임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부산 문화예술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금정문화회관 전경. 부산일보DB

“원서를 낸 사람 대부분이 전문가인데 전문가 아닌 딱 한 명이 임용된다니까 찜찜한 거죠!”


이달 말로 4년 임기를 마치는 강창일 금정문화회관장(개방형 5호) 후임에 구의원 출신의 전기회사 대표(69) A 씨가 임용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일 자로 금정구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부산 금정구 개방형 직위(금정문화회관장) 임용시험 임용 예정자 공고’에 따르면 최종 후보로 추천된 3명 중 A 씨가 임용에 필요한 기본증명서, 신원진술서, 채용신체검사서 등의 서류 제출을 요구받고, 인사를 담당하는 금정구청 총무과에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정대로라면 신임 관장은 7월 1일 자로 업무를 시작한다. 임용 기간은 2년이고 근무 실적 등에 따라 5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인사가 개방형 직위 취지를 충분히 살렸는가 하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개방형 직위의 도입 취지는 공직사회의 경쟁력과 전문성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일반 공모 직위와 다른 점이라면 전문성이 특히 요구되거나 효율적인 정책 수립의 필요성 때문에 도입해 직무수행 요건을 두루 갖춘 최적격자를 뽑기 위함이다.

2019년 3월 부산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금정구가 개방형 임기제 관장직을 도입해 전문예술경영인 체제를 표방할 때만 해도 많은 이가 박수를 쳤다. 이런 흐름은 선한 영향력으로 나타나 2021년 사하구가 을숙도문화회관장을 개방형 직위 공모로 바꾸면서 예술인 출신 홍희철 지휘자를 선임하기에 이른다. 강 관장과 홍 관장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눈에 띄는 활동을 펼쳐 부산의 구·군 문화회관 가운데는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불과 4년 만에, 개방형 직위 2대째 관장을 맞이하면서 도로 아미타불이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알음알음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문화예술 관계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 가는 개방형 직위인데 말짱 도루묵 되는 건 아닌가” “예술가는 아니더라도 예술행정이라도 해 본 사람이 와야 되지 않나” “과거 공무원을 임용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라도 전문가를 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이 우려 섞인 염려라면 의외의 발언도 터져 나왔다.

“구청 인사위원회가 있으면 뭐 하나! 같은 당적을 가진 현 구청장과 경선 과정을 거쳤고, 이후 ‘원팀’이라면서 선거 운동도 함께한 사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보은’ 인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면접 전부터 떠도는 말이 있었다. 모 국회의원이 민다더라, 현 구청장이 밀었다더라 등으로 소문이 파다했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금정구는 4월 10일 자로 금정구 인사위원회위원장 명의의 개방형 직위(금정문화회관장) 임용 시험 공고를 냈고, 5월 10일 9명의 서류 전형 합격자를 발표해 8명이 면접에 응했다. 이 중에는 부산 문화예술계 인사뿐 아니라 대전, 당진, 거제 등 문화예술회관이나 문화재단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예술경영 이력을 쌓은 이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후보에는 임용 예정자 A 씨를 포함해 3명이 추천됐다. 결론적으로는 고배를 마셨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부산 연고의 예술행정가였다.

물론 이번에도 개방형 직위 공모 절차는 거쳤다. 다만 그 내용이 형식적이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금정구가 2019년 3월 7일 ‘개방형 직위(금정문화회관장) 지정 공고’를 낼 때 표방한 주요 직무를 보면 △문화회관 운영·청사 관리(소방계획, 청사시설 등) 총괄 △공연, 전시 등 종합운영계획 수립 및 시행 △지역 문화예술의 창달을 위한 문화예술 진흥사업 추진이다. 이 내용은 이번 공고문에서도 똑같이 발견된다. A 씨의 경우, 전기사업자로서 32년 차 업력에 이르는 만큼 시설 관리 측면에선 해당 사항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두세 번째 항목에선 의문부호를 달 수밖에 없다.

본인이 제출했다는 ‘사진작가’라는 이력도 예술행정가에게 얼마나 유용한 경험일지 미지수다. 행정가로서 제8대 금정구의회(2018년 7월 1일~2022년 6월 30일) 의원으로 재직하면서 보여준 행보도 그닥 문화적이진 않았다는 평가다. 그는 구의원 재직 당시 의회운영위원장(전반기)과 복지도시위원장(후반기)을 맡았다. 그러나 이때의 ‘5분 자유발언’ 등 의회 기록에는 문화행정보다는 시설, 시공, 환경, 안전관리 발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정문화회관은 자치구 전체로 보면 하나의 사업소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지역문화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문화재단과 함께 주민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할 만한 문화·휴식 공간으로서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적 식견이 필수적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개방형 직위 도입 취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문화정책에 있어서 만큼은 선도적으로 앞서가던 금정구의 위상을 잃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문화회관인 만큼 구청장은 시민과 예술가의 눈을 두려워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