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불체포 특권 포기”, 늦었지만 당연하다
범죄 비호 위한 법적 근거 적용은 안 돼
여야, 혁신 경쟁 펼치는 계기 만들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 말미에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여권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조차 ‘방탄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결자해지하겠다는 ‘깜짝 발언’이었다. 불체포 특권은 민주주의에 필요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국회의원을 비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발언을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앞서 이 대표가 지난 대선과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여러 차례 공약하고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가 진행되자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을 공개적으로 거둬들여 큰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체포 특권 번복 이유를 두고 “경찰복을 입고 강도 행각을 벌이고 있다면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 논리에 대해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2월 27일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이 부결되긴 했지만, 체포동의 찬성표가 반대보다 많아 충격을 줬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 리더십 논란은 물론 민주당에 드리운 ‘도덕성 위기’에 대한 절박함 때문으로 해석된다. 12일에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출신의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부결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현역 의원 체포동의안 중 노웅래·이재명 의원에 이어 사실상 민주당 의원 4명 연속 부결이었다. 반면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은 가결됐으니 변명하기도 힘들게 되었다. 민주당은 현재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말까지 나오는 위기 상황이다. 이 대표의 결단은 이제 출발하려는 당 혁신기구에도 힘을 실어 주는 효과가 있다.
물론 ‘돈 봉투 의혹’ 체포동의안 표결 이전에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이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이 대표의 지난 대선과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민주당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이 대표는 연설을 마친 뒤 “정쟁이 아니라 정치를 해야 하고, 당이나 정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민생과 나라 살림을 챙겨야 할 때이기 때문에,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 말이 진심이고 이번에는 꼭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 이날 선언이 여야가 특권을 내려놓고 혁신 경쟁을 펼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