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에 “가혹한 대응” 외친 푸틴 이틀 만에 “감사”… 봉합 수순?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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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 유혈사태 안 넘어”
바그너 지휘관·용병에 사의
행방 묘연 프리고진도 등장
“쿠데타 의도 아니다” 해명

바이든 “반란 개입한 적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맨 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고위 안보 관리들과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이날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 반란 관련 대처에 감사를 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맨 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고위 안보 관리들과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이날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 반란 관련 대처에 감사를 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용병 부대인 바그너 그룹의 반란이 끝난 지 이틀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반란 사태’의 장본인인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나란히 침묵을 깨고 수습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처음부터 대규모 유혈사태를 피하고자 했다며 군은 물론 바그너 용병들에게도 감사를 전했으며, 프리고진도 쿠데타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등 양측이 일단 봉합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특히 바그너 그룹 반란에 서방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미국은 반란 사태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6일(현지 시간) 로이터·A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밤 TV연설에서 “사태 초기부터 대규모 유혈사태를 피하도록 지시했다”면서 “마지막 순간에 멈춰 유혈사태로 향하는 선을 넘지 않은 바그너 그룹 지휘관과 병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이번 사태로 러시아 국민과 군인들이 단결과 용기를 보여줬다며 감사를 표하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보안기관 책임자들의 반란 관련 대처를 치하해 현 체제 신임을 확인했다. 그는 프리고진을 콕 짚어 언급하지 않았지만 바그너 지휘관과 용병들을 가리켜 “원한다면 국방부와 계약하거나 집에 가도 된다. 아니면 벨라루스로 가라”며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이 자국민 앞에서 반란 사태를 직접 언급한 것은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로 진격하던 지난 24일 이후 처음이다. 이틀 전에는 “반역 가담자들에 가혹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으나 이번에는 프리고진을 제외한 당사자들에게 사의를 전하며 민심을 다독이려는 모습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에 “미국이 관여한 바 없다”고 강조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에 “미국이 관여한 바 없다”고 강조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프리고진도 이날 텔레그램에 11분 분량의 음성메시지를 공개했다. 프리고진은 바그너 용병단의 해체를 막고 우크라이나와의 전투를 망친 러시아군 수뇌부에 책임을 묻는 것이 목표였다며 “우리는 부당함 때문에 시작했다. 항의 시위 차원으로 간 것이지 정부를 전복시키러 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바그너 용병들이 러시아 본토에서 지상전을 벌이지 않았으며 자신들을 공격한 러시아군 전투기를 격추해야만 했던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프리고진은 정부군과 전면 충돌까지 가려던 것은 아니다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함으로써 극한 대치 상황에서 한발 물러서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러시아 정치권에서는 강경파를 중심으로 프리고진에게 반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프리고진과 충돌해온 군 장성 출신 안드레이 구룰레프 하원의원은 프리고진과 그의 오른팔인 드미트리 우트킨을 두고 “머리에 총을 맞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반란 이후 행방이 묘연하던 프리고진의 종적을 유추할 수 있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27일 항공기 항적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 24를 인용해 프리고진의 전용기가 이날 새벽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에서 출발한 뒤 오전 7시 40분께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주변의 공군 기지에 착륙했다고 전했다. 해당 항공기는 엠브라에르 레거시 600 제트기로 항공기의 식별 부호는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등록된 프리고진의 전용기와 일치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백악관에서 초고속 인터넷 구축 관련 연설에서 바그너 그룹의 반란 사태에 미국이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비난하는 등 이번 사태가 서방 탓이라는 빌미를 주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는 데 유럽 정상들과 동의했다면서 “우린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것은 러시아 체재 내에서 그들 투쟁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 반란 사태에 대해 공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런 언급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바그너 그룹의 반란에 서방이 연루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는 러시아 측 주장을 직접 반박한 것이다.

또 미국 국무부는 26일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가 바그너 그룹과 북한간 무기 거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말하기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존 바그너(그룹의) 작전이나 (러시아와 바그너 그룹간) 협정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말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미 백악관은 지난해 말 북한이 바그너 그룹에 로켓과 미사일을 비롯해 탄약을 공급했다면서 관련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3월에는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을 주는 대가로 추가로 탄약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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