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마냐냐’의 나라 쿠바 등 특별한 여행의 기록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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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쓸모/정여울

여행의 쓸모 여행의 쓸모

쿠바에는 맥도널드도, 스타벅스도, 켄터키프라이드치킨도 없다. 이곳에서는 모바일 데이터도 통하지 않는다. 구글맵도 찾을 수 없고, 궁금한 이메일도 마음대로 열어볼 수 없다. SNS의 항시적 불통은 물론 공식적으로 볼 수 있는 텔레비전 채널도 다섯 개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여울 작가는 쿠바에서 풍요로운 생의 활기와 온기를 느꼈다. 쿠바인들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넉넉한 인심과 해맑은 미소로 여행자들을 맞이했다. 그들은 삶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사랑했다. 쿠바는 한 번도 부강했던 적이 없지만, 지금보다 더 가난하고 힘들었을 때조차도 놀라운 창의력과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극복했다. 그 중심에는 쿠바 사람들 특유의 낙천주의 정신인 ‘마냐냐’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이 매력에 빠져서일까. 정여울은 쿠바를 가장 다시 가고 싶은 나라, 적어도 한 계절은 꼭 살아보고 싶은 나라로 꼽는다.

<여행의 쓸모>는 정여울 작가가 6년 만에 펴낸 여행 에세이다. 그가 여행을 마주하며 써 내려간 떠남과 머무름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래 기억될 강렬한 장면들을 단상과 함께 엮은 포토 에세이, 여행이라는 행위를 깊이 성찰한 열한 편의 여행기가 나온다. 특히 작가가 각별히 사랑한 여행지 열다섯 곳이 눈길을 끈다. 활기 넘치는 거리와 계절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공원이 공존하는 미국 뉴욕부터 모든 여행자를 철학자로 만드는 노르웨이의 게이랑에르, 위대한 화가인 세잔의 작업실이 위치한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한 달에 하루 1유로로 모든 박물관을 돌아볼 수 있는 독일 뮌헨 등을 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여울 글/이승원 사진/스튜디오오드리/388쪽/1만 8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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