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워싱턴포스트가 스포츠베팅 서비스를?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023 세계뉴스미디어총회 보고서
신문사 수익 사업 15개 유형 제시
미 신문·스포츠 베팅사 제휴 러시
분석 기사로 승률 등 정보 제공
모바일 베팅 합법화로 시장 급성장

저널리즘으로 돈 벌기 어려운 시대다. 레거시 미디어(신문, 방송 등 전통 매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까닭이다.

미국 하버드대 저널리즘 연구기관인 니먼랩은 〈2022년 저널리즘 전망〉에서 “저널리즘을 재정적으로 지탱할 비즈니스 모델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독자가 비용을 지불할 만한 저널리즘 제품(Journalism Products)을 지원하고, 효율성을 개선하는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라”고 조언한다. 이를 달리 말하면 타깃 독자층을 발굴하고, 이들을 위한 맞춤 뉴스를 프로덕트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되 사용자 경험(UX)을 환골탈태하라는 말이다.

뉴욕타임스는 레거시 미디어로서는 경이적인 1000만 유료 독자 확보에 성공했다. 그 배경에도 같은 문제 의식과 접근법이 녹아 있다.

지난달 28~30일 타이페이에서 열린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에서 조셉 칸 뉴욕타임스 편집인(상무)은 정통 뉴스 외에 독자 관심사를 제공하는 제품군과의 번들링, 즉 묶음 상품 전략을 강조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뉴욕타임스는 100가지 넘는 뉴스레터뿐 아니라 쿠킹(레시피), 와이어 커터(전자제품 사용기) ’ ‘크로스워드(낱말 맞히기 퍼즐)’ 그리고 신문 기사를 읽어 주는 ‘Audm’ 등 자매 플랫폼과 결합한 다양한 묶음(번들) 전략 덕분에 독자 충성도를 높이고 유료 회원 화보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뉴스의 묶음 선택지 중 스포츠 베팅은 어떨까? 언론사가 스포츠 뉴스를 보도하면서 동시에 팀의 승률이나 개별 선수의 방어율, 트레이드 과정 따위 정보까지 함께 제공하는 식이다. 독자들은 뉴스에서 베팅 정보를 얻은 뒤 실제 판돈을 걸게 된다.

올해 세계뉴스미디어총회 공식 보고서에 신문사 비즈니스 모델 15가지가 담겼는데, 이중에 스포츠 베팅이 두 번째로 꼽혔다.

보고서는 "윤리적 이슈가 있다"고 전제하고 시작한다. 스포츠 베팅의 사행성 때문일 터. 흔히 '스포츠 도박'으로 번역되는 사정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베팅이 수익 증대와 독자 접점 확장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간주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상당수 신문사가 스포츠 베팅 수익 모델에 뛰어든 상태다.

선두 주자는 미국 최대의 미디어 그룹인 가넷(Gannett). 가넷은 USA Today 외에 46개 주에서 지역 신문을 발행하는 정통 미디어 그룹이다. 가넷은 지난 2021년 7월 스포츠 베팅업체 티피코(Tipico)와 5년 간 제휴하기로 하고 9000만 달러(한화 약 1167억 7500만 원)에 계약했다. 가넷은 티피코로 보내는 고객 당 제휴 수익을 올리게 되고 최대 4.9% 주식 지분을 취득할 기회를 얻었다. 티피코는 가넷의 칼럼, 뉴스레터, 블로그, 기사 페이지로 유입되는 월간 5000만 사용자에 노출되는 이점을 얻었다.

미국 최대 미디어그룹 가넷 산하 USA Today의 뉴스 사이트 중 스포츠 섹션에서 제공하는 스포츠 베팅 정보. 승률 따위의 베팅에 필요한 정보가 제공된다. 뉴스 사이트에서 베팅하기를 선택하면 베팅 사이트로 곧바로 이동한다. 미국 최대 미디어그룹 가넷 산하 USA Today의 뉴스 사이트 중 스포츠 섹션에서 제공하는 스포츠 베팅 정보. 승률 따위의 베팅에 필요한 정보가 제공된다. 뉴스 사이트에서 베팅하기를 선택하면 베팅 사이트로 곧바로 이동한다.

폭스 뉴스는 2022년 11월 역시 스포츠 베팅 사이트 중 최대 규모인 팬듀얼(Fanduel)과 법정 조정 끝에 지분 18.6%를 획득할 수 있게 됐고, 관련 사업 확장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8월 뉴스 사이트에 '스포츠 베팅'을 신설하고 시리즈 '오즈 어게인스트(Odds Against)'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대학과 프로 미식 축구 시즌 개막을 앞둔 시점이었다. 새로운 뉴스 서비스 신설에 대해 스포츠 에디터 매튜 비타는 "독자들, 특히 젊은 세대는 스포츠 베팅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보도를 찾고 있다"고 시리즈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경기 예측 분석, 베팅 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데이터 도구, 판돈을 걸 때 범하기 쉬운 실수를 다룬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스포츠 베팅이 도박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요 기사로 취급한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스포츠 섹션에서 제공하는 스포츠 베팅 정보 사이트. 베팅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승률 따위 정보를 분석하는 기사가 제공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스포츠 섹션에서 제공하는 스포츠 베팅 정보 사이트. 베팅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승률 따위 정보를 분석하는 기사가 제공된다.

미국 언론이 너도나도 스포츠 베팅 산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대법원의 스포츠 베팅 합법화 조치 이후 매출이 급격히 신장하면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카지노에 출입이 제한되는 등 도박 산업이 급격히 침체된 와중에 합법 스포츠 베팅의 길이 열리자 스포츠 베팅에 돈이 몰려든 것이다. 현재 미국 33개 주에서 합법화되고 나머지 주도 합법화 과정 중에 있다.

베팅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22년 8월 스포츠 베팅 수익은 4억 7140만 달러(약 6조 1146억 원)로 1년 전에 비해 116.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한 해 총 베팅 금액은 800억 달러(약 104조 1,360억 원)로 추산됐는데 이는 2030년에 4000억 달러(약 520조 6800억 원)로 늘어나 업계에 300억 달러(약 39조 510억 원)의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WNMC보고서는 미국 신문사들의 스포츠 베팅 참여에 대해 "언론 관점에서 스포츠 베팅 정보는 스포츠 팬과 독자가 원하는 뉴스 서비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광고와 구독 수익이 줄어든 레거시 미디어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스포츠 도박 사이트로서는 광고 예산을 지출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어 언론사와의 협업에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마트폰으로 쉽게 즐길 수 있게끔 기술이 발전한 것도 한몫했다.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서비스까지 제공돼 이용자 만족도가 높다. 여러가지 조건이 스포츠 베팅 시장을 성장세로 이끌고 있고, 신문사들은 뉴스 분석 서비스와 연계한 수익 기회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한편 WNMC 보고서에서 제시한 15가지 수익 모델 중 주요한 유형과 사례는 다음과 같다.

▷콘텐츠 유료화(미국 워싱턴 포스트 번들 구독제) ▷멤버십 회원 서비스(영국 Tortoise Media가 회원 전용 '슬로우 뉴스'로 구독자 10만 확보) ▷IT 솔루션 서비스(미국 워싱턴 포스트 CMS '아크(ARC) XP') ▷비영리 기부 단체 전환(미국 솔트레이크트리뷴) ▷소매업(미국 뉴요커 의류 등 생활 소재 판매) 등을 비롯해 ▷데이터 마이닝 ▷브랜드 라이센싱 ▷교육 사업 ▷문화기획 사업 기획.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세계 뉴스 미디어총회 참가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